화장품 매장 조정 문제로 불거진 롯데백화점과 명품 브랜드 샤넬의 '자존심 싸움'은 끝내 매장 철수로 결론났다.

국내 '유통 공룡'과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 간 힘겨루기여서 '갑(명품)-을(백화점)' 관계에 변화를 가져올지 업계의 이목이 집중돼 왔다. 일단 샤넬은 오는 29일부터 롯데백화점 7개 대형 점포에서 매장을 빼기로 했다.

◆샤넬 vs 롯데,6개월 전쟁

샤넬 화장품은 2000년대 초만 해도 롯데백화점 내에서 매출 1,2위를 다투며 매장 위치 · 면적 · 입점수수료 등에서 우대를 받았다.

하지만 국내 화장 트렌드가 색조 위주에서 기초제품 위주로 바뀌면서 고전해왔다. 이에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8월 매출 부진을 이유로 7개 점포에서 샤넬의 매장 면적을 줄이고 위치를 조정하겠다고 통보했다.

백화점 1층에서 가장 넓고 눈에 잘 띄는 샤넬 매장이 24개 입점 화장품 브랜드 중 매출 순위가 5위에 머물렀기 때문.

하지만 샤넬 측은 "지난해 업계 최고 수준의 매출 증가율을 기록했다"며 이를 거부했다. 롯데 측은 매장 계약을 해지하겠다며 더욱 강공으로 나왔고 샤넬도 '그러면 빼겠다'고 맞서,결국 롯데 본점 · 잠실 · 영등포 · 노원 · 부산 · 대구 · 광주점에서 철수하게 된 것이다.

◆백화점들이 키워준 명품의 '콧대'

롯데백화점이 일반 브랜드에만 통용되던 매출실적 위주인 '매장 효율화 원칙'을 앞세워 샤넬에 매장 조정을 요구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업계에선 보고 있다.

대형 백화점들은 일반 브랜드에는 '절대 갑'이면서 유독 샤넬 · 루이비통 · 구찌 · 에르메스 등 '슈퍼명품'에는 철저히 '을'을 자처해 왔기 때문.

국내 브랜드에는 대부분 30% 안팎의 입점 수수료를 받으면서 특급명품 부티크는 10% 미만이다. 또 입점업체들이 전액 부담하는 매장 인테리어비,유지보수비도 명품 브랜드에는 백화점 측이 50% 또는 전액 부담해 줄 정도다.

이는 백화점들이 치열한 명품매장 유치 경쟁을 벌이면서 자초한 측면이 크다. 샤넬 측은 20일 보도자료를 통해 롯데백화점이 부산 센텀시티점에 샤넬 부티크 매장을 넣지 않은 데 따른 '보복성 조치'라는 뉘앙스를 풍겼다. 샤넬이 오는 3월 개점하는 신세계 센텀시티점에만 매장을 내기로 결정한 직후 매장 조정을 요구해 왔다는 것이다.

◆상호 의존관계-협점 모색할 듯

롯데 측은 센텀시티점과는 무관함을 강조한다. 관계자는 "이번 조치를 계기로 명품업체들에 특혜를 주지 않고 원리원칙대로 매장을 운영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롯데 측 공언처럼 역학구도가 달라지긴 어려울 것으로 업계에선 보고 있다. 특급명품 유치 여부가 백화점 수준을 좌우하면서 희소성 있는 명품 '모시기' 경쟁은 여전하기 때문이다. 다만 명품의 일방적인 우위는 다소 변화할 여지가 있다.

국내 명품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최대 유통채널인 백화점의 목소리가 예전보다 커졌다는 얘기다. 한 명품업체 관계자는 "매장 효율에 관한 백화점의 요구는 받아들일 수 있다"면서도 "백화점도 효율성이 떨어지는 매장을 억지로 맡기거나 독점 입점을 요구하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롯데와 샤넬의 갈등도 전면전으로 확대되지는 않을 것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롯데는 고급이미지를 위해 샤넬이 필요하고,샤넬도 국내 매출의 40% 이상을 롯데에서 올리므로 타협점을 찾을 것이란 전망이다.

송태형/안상미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