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경기라고 선물도 안 하시나 봐요. 대목은커녕 손님 구경하기도 힘드네요. "지난 17일 오후 경기도 부천에 있는 A백화점 1층 선물포장 코너.직원 두 명만이 한가로이 자리를 지키고 있을 뿐 손님은 찾아볼 수 없었다. 한 직원은 "작년 설에는 하루 30명 정도가 선물을 포장해 갔지만 요즘은 10명도 채 안 된다"고 귀띔했다.

설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경기 한파로 개인,기업 모두 씀씀이를 줄여 설 특수가 '실종'된 모습이다. 재래시장뿐 아니라 작년 이맘 때쯤 선물을 고르는 소비자들로 북적였던 백화점과 대형마트의 선물세트 코너도 손님보다 한복 차림의 직원들이 더 많을 만큼 한산했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극심한 내수 침체로 소비 양극화는 이미 옛말이고 재래시장부터 백화점까지 모두 꽁꽁 얼어붙은 것 같다"고 한숨을 쉬었다.

◆"이번 설엔 선물 안하고 용돈만"

18일 오후 서울 강남 B백화점 선물 배송주문 접수 창구에도 빈 자리가 많이 보였다. 창구 직원은 "지난해 설 전 주말에는 손님들이 줄 지어 기다릴 정도였는데 올해는 대기표가 필요 없을 만큼 손님이 줄었다"고 말했다.

지난 9일부터 매장에서 선물세트 판매를 시작한 백화점과 대형마트들은 이날까지 매출이 전년 동기에 비해 소폭 늘거나 줄어든 수준이라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매장 직원들이 느끼는 체감 판매 수치는 품목을 막론하고 '작년의 절반 이하'다. 중구 C백화점의 한우매장 직원은 "30만원대 이상 고가형이나 10만원 이하 저가형 선물세트 모두 판매가 부진해 작년과 비교하면 절반에도 못 미친다"고 말했다. 송파구 D대형마트의 과일세트 판매 담당자도 "작년에는 하루 150여박스 정도 나갔으나 요즘 판매량은 50~60박스"라고 전했다.

소비자들은 선물 가격을 문의하면서도 막상 구매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부천 A백화점을 찾은 이모씨(38 · 여)는 "아이들 옷 사러 왔다가 (선물세트 매장에) 잠깐 들렀지만 선물세트에는 손이 안 간다"며 "부모님께 보통 용돈과 선물을 함께 드렸지만 이번엔 용돈만 드리려고 한다"고 말했다. 노원구 E대형마트 홍삼세트 판매 직원은 "손님들의 구매를 유도하려고 '2+1'이나 '3+1' 등 덤 행사를 하지만 '1+1' 정도는 해야 반응을 보인다"고 털어놓았다.

◆상품권 매출도 줄어

매년 신장세를 보여온 백화점 상품권 매출도 이번 설 대목에는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롯데백화점의 경우 18일까지 상품권 매출이 전년 동기에 비해 5% 줄었다. 기업이나 단체들이 직원이나 거래처 선물용으로 주는 상품권 구매를 줄였기 때문이다. 관계자는 "개인들의 상품권 소량 구매는 줄지 않았지만 공기업이나 공공기관 등 기업이나 단체들의 수요가 많이 감소했다"고 말했다.

주위에 중소기업들이 많은 대형마트의 특판영업도 부진하기는 마찬가지.이마트 구로점 담당자는 "작년에 선물세트를 사간 300여개 업체에 일일이 전화를 해봤지만 아직까지 (구매 여부를) 결정하지 못한 업체들이 많다"며 "주문 상품도 지난해 추석까지만 해도 잘 팔리지 않던 9900원짜리 햄이나 생필품 세트가 대부분"이라고 전했다.

◆온라인몰 · 호텔도 특수 기대 어려워

경기가 어려울수록 저가 상품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몰리는 온라인 쇼핑몰도 예년의 특수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 G마켓의 경우 이달 5~16일 설 선물세트 판매량이 10~15%가량 늘었지만 1만원 미만 상품이 전체의 70~80%를 차지했다. G마켓 관계자는 "고객들이 1만원 미만 저가품을 선호하고 대량 주문도 절반 이하로 줄면서 판매량은 늘어도 매출액은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약간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호텔업계도 고환율로 해외 여행객 수요가 국내 호텔로 몰릴 것으로 기대했지만 아직까지 효과는 미미한 편이다. 그랜드 하얏트호텔의 경우 설 열흘 전인 지난 16일까지 설 패키지 상품 예약률이 작년 수준에 그치고 있다.

송태형/최진석/박진규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