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금요일 삼성그룹이 창사 이래 최대 규모 사장단 인사를 단행했습니다. 12명이 새 사장으로 승진했습니다. 그 자리를 지키던 최고경영자(CEO)들은 떠나야겠지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임원 30%를 감축한답니다. 또 주력회사인 삼성전자는 본사조직을 전격해체해 현장으로 분산 배치하기로 했습니다. 오늘의 삼성을 만든 '관리의 삼성' 이미지를 벗어던지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셈이지요.

변화를 택하는 건 두 가지 이유 때문입니다. 지금의 체제나 사람으론 위기를 벗어날 자신이 없다는 판단에서일 겁니다. 두 번째는 새 진용으로 위기상황과 한판 승부를 걸어보겠다는 출사표의 의미가 있습니다. 한마디로 조직에 새 기운을 불어넣어보자는 의도입니다.

1993년 "마누라와 자식 빼곤 다 바꿔라"던 이건희 전 회장의 소위 '프랑크푸르트 선언'이 떠오르면서 삼성이 이후 어떤 성과를 낼지 벌써부터 관심이 쏠립니다. 특히 주식투자자에겐 'CEO주가'란 관점에서 삼성 인사를 꼼꼼히 챙겨 볼 필요가 있습니다.

한국의 1등 기업이 대거 선장을 바꾼 데 이어 20일엔 '주식회사 미국'이 새 CEO를 맞습니다. 버락 오바마가 제44대 미국 대통령으로 취임합니다. 미국경제가 침체터널에서 얼마나 빨리 회복하느냐의 여부가 그의 리더십에 달려있습니다. 그의 일거수일투족에 세계 주가가 출렁거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좋은 회사를 고르는 잣대 가운데 하나가 그 회사의 CEO를 평가하는 것입니다. 회사를 키우기 위한 비전이 있는지,그를 실천하는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있는지를 따져보면 주가향방이 어느 정도 보입니다. 주식 투자자라면 상장사나 코스닥기업 CEO를 꼭 탐구대상에 올려놓으세요. 재무제표에 담겨있지 않은 메시지를 읽을 수 있답니다.

남궁 덕 부장 nkdu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