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이 소한(小寒)을 지나 대한(大寒)을 향해 치달으면서 동장군의 위세가 극에 달한 요즘이다. 그런데 100년 만에 한번 올까말까 한다는 경제위기를 맞아 취업시장에는 날씨보다 더 추운 칼바람이 몰아치는 모양이다.

출세와 입신양명의 대명사였던 사법연수원 수료자의 44%가 진로를 못 정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더니 월급 100만원의 대졸자 행정인턴 채용경쟁률이 70 대 1이 넘었다고 한다. 급기야 서울 한 구청의 환경미화원 공채에는 물리학 박사과정 이수자까지 응시했다는 이야기마저 들린다. 불과 몇년 전까지만 해도 상상하기 힘든 일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세상이다. 일자리 얻기가 하늘의 별따기보다 어려워진 세태를 보여주는 서글픈 사례들이다.

그런 와중에 한편에서는 별천지 같은 소식도 들려 온다. 호주 퀸즐랜드주 관광청의 구인 광고가 바로 그것이다. '세계 최고의 직장'(The Best Job In The World)임을 내세운 이 광고가 제시한 일은 섬 관리자(Island caretaker). 산호초로 유명한 호주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 인근 여러 섬을 돌며 세일링 스노클링 다이빙 등을 즐기고 섬 주변 동물들에게 먹이를 주는 게 일이다. 세스나기를 타고 우편 배달도 하며 이런 경험을 매주 블로그에 사진이나 비디오 등과 함께 올리면 된다.

인터넷 등 제반시설이 갖춰진 방 3개짜리 6성급 리조트에 머물며 가족이나 친구 한 명을 추가로 동반할 수도 있다. 6개월간 보수는 한화로 약 1억4000만원. 말그대로 꿈에서나 그려 볼 수 있는 직업이다. 물론 구인보다는 관광 홍보를 극대화하기 위한 기획 광고로 우리에겐 그저 잠시의 상상만으로 즐거운 '그림의 떡'일 뿐이다.

일자리 창출(創出)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운 정부가 연일 관련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그렇지만 두드리지 않는 자에게 문은 결코 열리지 않는 법.아무리 많은 일자리가 생겨도 도전하지 않는 자에겐 또 다른 '그림의 떡'일 수밖에 없다. 취업 한파가 몰아칠수록 움츠러들지 말고 어떤 기회든 당당하게 도전해 볼 일이다. 그러다 보면 산호초 섬은 아니더라도 내가 꿈꾸던 바로 그런 직장이 어느 새 내 곁에 다가와 있을지도 모를 일 아닌가.

김선태 논설위원 k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