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와 비슷한 시기에 휴업 후 복귀한 GM대우 생산직원의 말이 떠오르네요. 다시 작업복 입고 일하니 행복하다던…."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개시 신청이 이뤄진 다음날인 지난 10일.쌍용자동차의 한 직원은 노동조합 인터넷 게시판에 답답한 심정을 이렇게 썼다.

쌍용차 노조 게시판은 지난 주말 뜨겁게 달아올랐다. 스스로의 앞날을 걱정하는 글이 적지 않은 가운데 회사를 법정관리 신청으로까지 내몬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에 대한 공방도 계속됐다.

대주주인 중국 상하이차가 기술만 빼간 뒤 무책임하게 회사를 버렸다고 비난하는 글이 올라오면,곧바로 회사 경영은 아랑곳하지 않고 밥그릇 지키기에 골몰해 온 노조를 성토하는 반론이 제기됐다. "그냥 평택을 담보로 파업 한번 합시다. 파산하면 하는 거고! 이제 더 이상 내려갈 곳도 없지 않습니까?"라는 강성 주장에 한 소액주주는 "피눈물 흘리는 주주들이 있다는 것을 아느냐"고 맞섰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 수록 강성 노조를 비판하는 글이 늘어났다. 상하이차의 철수 명분이 '타협을 모르는 강성 노조였다'는 점에서,빌미를 주지 않으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은 잘못에 대한 질타가 대부분이었다.

법원 결정에 운명이 맡겨진 쌍용차의 미래는 먹구름 투성이다. 법원과 채권단이 회생계획을 짜고 경영 정상화 수순을 밟는 최선의 시나리오에서도 종착역이 어디일지 예측하기 어렵다. 결국엔 새 주인을 찾아가야 할텐데,과연 인수할 곳이 있을지 회의론이 팽배하다.

"솔직히 상하이차가 쌍용차를 5900억원이나 들여 인수한 이유가 뭐겠습니까. 불법 기술 유출이 있다면 법에 따라 엄벌해야 겠지만,무턱대고 도둑놈 취급할 순 없지요. 비즈니스란 원래 그런 것이니까요. 결과적으로 법정관리로 가면서 혹독한 구조조정이 불가피해졌습니다. 노조가 대주주 자금 지원을 압박하면서 고통을 분담하겠다고 나섰다면 어땠을까요. 상하이차가 그냥 발을 빼기는 어려웠을 겁니다. "

한 네티즌은 '지금 쌍용차의 위기가 전부 대주주의 잘못에서 비롯된 것이고 노조 책임은 없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미국 자동차 빅3의 몰락에서 노조가 배운 게 뭔지 도무지 알 수 없다고 했다.

김수언 산업부 기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