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투자설명회에 참석한 어느 고객이 "대한민국은 '펀드병'을 앓고 있다"고 말한 기억이 난다. 현재 펀드에 가입한 투자자들이 느끼는 심정을 단적으로 대변해 주는 말일 것이다. 하지만 펀드는 유행에 편승한 일과성 투기와는 다른 필수 투자수단이기 때문에 애물단지로 방치할 것이 아니라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2009년에는 자신의 포트폴리오를 분석한 후 상황에 적합한 펀드투자전략을 세워볼 것을 제안한다. 우선 투자기간에 따른 대응전략이다. 단기 투자자의 경우는 단기 랠리를 이용해 현금화를 모색하되 경기부양책 효과가 기대되는 하반기 이후를 고려해봄 직하다. 반면 장기투자자라면 적립방법에 따른 전략을 세워야 한다. 적립기간이 3년 이내인 적립식 투자자는 납입을 지속해 조정장세에 매입단가를 낮추는 효과를 꾀할 필요가 있다.

거치식 투자자와 적립기간이 3년 이상인 투자자는 본격적으로 포트폴리오를 조정해야 한다. 먼저 국내와 해외펀드의 비중에 따라 전략을 구분해야 한다. 올해 국가별 경제전망과 주가의 상대적 가격매력도,시장의 변동성 등을 고려할 때 해외보다는 국내펀드의 비중을 높게 가져가는 게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 펀더멘털(내재가치)적인 측면 외에도 국내펀드는 시장 대응이 쉽다는 점과 올해 비과세가 만료되는 해외펀드에 비해 세제측면에서 유리하다는 것도 커다란 장점이다.

또 해외펀드에 대한 포트폴리오 조정을 하기 전에 환율로 인한 세금부담을 고려해야 한다. 2008년 하반기와 같이 주가 하락과 환율 상승이 동시에 나타나는 시장에서는 손실에도 불구하고 세금을 내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이 때문에 금융소득종합과세에 해당될 여지가 있는 투자자라면 세금에 대한 부분을 간과해선 안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해외펀드 비중이 높은 투자자들의 경우 좀 더 세부적인 전략을 세워야 할 것이다. 해외펀드를 조절하기 위해서는 선진시장과 이머징시장의 비중을 살펴보아야 하며,이머징시장 중에서는 어떤 지역 혹은 국가의 비중이 높은지를 확인해야 한다. 선진시장의 비중이 높은 투자자는 상반기에는 비중을 유지할 필요가 있으며 시장이 안정될 것으로 기대되는 하반기 이후 탄력성이 좋은 이머징펀드로 교체하는 '고베타' 전략을 고려해봄 직하다.

이머징펀드의 비중이 높은 투자자는 무조건 줄이기보다 국가별 경제상황을 고려해 조정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상대적으로 전망이 나쁘지 않은 중국 인도 원자재 등은 당분간 보유하는 한편 경제위기의 직격탄을 맞을 수 있는 '프런티어마켓'과 부동산 관련 펀드는 교체할 필요가 있다.

올해 투자시장은 전망하기도 어렵고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두기도 녹록지 않을 전망이다. 결국 눈을 더욱 크게 뜨고 발을 빠르게 움직이는 수밖에 없다. 본인의 투자 상황에 적합한 구체적인 전략을 세워보는 것이 필요하다.



정석훈 gordon.chang@sams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