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처한 늪에서 빠져나올 전략과 방법 끊임없이 고민해야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현실을 직시하고 대비하지 않으면 SK도 미래의 생존을 보장받을 수 없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8일 사내 방송을 통해 전 계열사에 방영된 '2009년 구성원과의 대화'에서 '대마불사(大馬不死) 신화는 더이상 없다'란 주제로 프레젠테이션을 하며 이같이 강조했다. 그는 "현재 상황을 위기나 불황이라고 말하지만 실제로 우리는 위기가 아니라 생존조차 담보하기 어려운 현실에 직면해 있다"며 "그런 의미에서 더이상 위기라는 말은 쓰지 않을 것이며,중요한 것은 이런 현실에서 생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의 현실은 미국의 대표적인 금융회사와 자동차회사가 어려움에 처해 있거나 아예 문을 닫아버리는 것처럼 한치 앞을 예측하기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대마불사 신화는 더이상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어 "10년 전 외환위기 직후 있었던 국내 30대 기업 가운데 절반인 15개 기업이 지금은 사라졌다"며 "앞으로 10년 뒤에 어떤 기업이 어떻게 될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최 회장은 근거없는 'SK불사' 인식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 회사는 괜찮을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은 머릿속에서 지워야 한다"며 "우리가 처한 늪이나 정글에서 빠져나올 전략과 방법,자세 등을 끊임없이 고민해달라"고 당부했다.

최 회장은 이날 방송에서 탐험가 어네스트 새클턴의 남극탐험 과정을 소개한 베스트셀러 '인듀어런스(Endurance)'와 급격한 기상이변을 다룬 영화 '투모로우(Tomorrow)'를 소재로 만든 동영상을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두 이야기의 공통점은 주인공들이 생존을 위협받는 상황에서 소중하게 생각했던 것을 버리고 현실에 적응해 살아남은 것"이라며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우리도 생존을 위해 스피드와 유연성,실행력을 갖추고 현실을 헤쳐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