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호 기자의 '말짱 글짱'] 버락 오바마는 하와이언? 하와이안?
미국의 다음 대통령으로 당선된 버락 오바마는 1961년 하와이 호놀룰루에서 태어났다.

그곳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컬럼비아대학에 진학하기 전까지 그는 어린 시절 대부분을 하와이에서 자랐다.

그러니 그는 하와이 사람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와이 출신의,하와이 사람이란 뜻을 나타내는 말은 Hawaiian이다.

그런데 이를 우리말로 옮기려면 문제가 생긴다.

어떤 사람은 '하와이언'이라 하고 어떤 이는 '하와이안'이라 해 통일성이 없는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한국인을 영어로 옮긴 말은 한글로 어떻게 적어야 할까.

코리안? 또는 코리언?

미국인은 쓰는 사람에 따라 아메리칸도 되고 아메리컨도 되니 늘 헷갈린다.

이 밖에도 이런 경우는 많다.

캐나디안/캐나디언,이탈리안/이탈리언,멕시칸/멕시컨,유러피안/유러피언,조지안/조지언…….

그런데 여기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모두 '-an'으로 끝나는 말이고 단지 이를 우리말로 옮길 때 '-안'과 '-언'이 뒤섞인다는 것이다.

사실 '-안'으로 하든 '-언'으로 하든 의미 전달에는 지장을 주는 게 아니므로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넘길 수도 있지만,중요한 것은 단어는 하나라는 사실이다.

'하와이안'이든 '하와이언'이든 '하와이 사람'을 나타내는 말은 하나가 돼야 하기 때문이다.

다행히 우리 외래어 표기법은 이런 경우 준용할 만한 지침을 갖고 있다.

1986년 제정된 현행 외래어 표기법은 외래어를 한글로 적을 때 기준으로 삼는 표기원칙들을 담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영어 독일어 프랑스어 일본어 중국어 등을 비롯해 베트남어 포르투갈어 체코어 등에 이르기까지 복잡하기 이를 데 없다.

하지만 Hawaiian 같은 경우 이를 '하와이안'으로 쓸지 '하와이언'으로 쓸지에 관한 세세한 규정까지 담고 있지는 않다.

외래어 표기법이 모두 21개 국어의 표기 원칙을 규정하고 있을 만큼 방대하긴 해도 이 같은 경우의 표기 원칙까지 따로 정해놓지는 않은 것이다.

다만 준용할 만한 단초는 찾을 수 있는데 그것은 <외래어 표기용례의 표기 원칙>에 담겨 있다.

이에 따르면 '영어의 표기에서 어말의 -a[∂]는 '아'로 적는다'고 돼 있다.

가령 Korea 나 Russia,Georgia 따위를 발음부호에 따라 코리어,러시어,조지어로 적지 않고 코리아,러시아,조지아라 적기로 한 것이다.

이런 규정은 사실 외래어 표기법에 있는 국제 음성기호 [∂]를 '어'로 적는다는 큰 원칙과는 다른 것이다.

이는 '-a'로 끝나는 국명을 한국에서 코리아,러시아,아메리카 식으로 [-아]로 읽는 데 익숙하다는 점을 관습으로 받아들인 결과이다.

어쨌든 이를 근거로 하면 '어느 나라 사람'임을 나타내는 '-an'은 자연스레 '-안'이 된다.

아메리칸,코리안,러시안,조지안,캐나디안,이탈리안 같은 게 그런 경우다.

하지만 국명이 -a로 끝나지 않는 경우는 당연히 본래의 음가를 살려 '-언'으로 적어야 한다.

'-안'으로 적을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예컨대 하와이언을 비롯해 유러피언,멕시컨 등은 국제 음성기호 [∂]를 '어'로 적는다는 원칙에 따른 표기이다.

이런 원칙은 사람 이름이 '-an' 또는 '-am'으로 끝나는 경우에도 적용되는데,이때도 음가 [∂]을 살려 '-언''-엄'으로 적는다.

그러니 미국의 제33대 대통령 Truman은 트루만이 아니라 트루먼으로 적어야 하고,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Milton Friedman이나 Paul Krugman은 밀턴 프리드만, 폴 크루그만이 아니라 밀턴 프리드먼, 폴 크루그먼이 되는 것이다.

William 역시 윌리암이 아니라 윌리엄이라 적어야 한다.

클린턴 행정부에서 재무장관을 지냈고 이번에 오바마 정부에서 국가경제위원회(NEC) 의장으로 내정된 로런스 서머스(Lawrence Summers)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를 일부에서 '로렌스 서머스'로 적는 것은 한국인의 발음 습성이랄 수 있는 철자에 이끌려 표기한 탓이다.

정부·언론 외래어심의 공동위원회는 1999년 6월30일 제28차 회의에서 공식적으로 '로런스 서머스' 표기를 결정한 바 있다.

워런 버핏과 워렌 버핏의 관계도 똑같은 경우이다.

철자에 따라 워렌 버핏이라 쓰기 십상이지만 외래어 표기법은 워런 버핏이라 적도록 하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기자 hymt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