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장가 1500원…10년 8개월만에 최고

미국 증시가 5년만에 최저치 폭락으로 달러 매수세가 급격히 늘면서 원달러 환율이 하락반전 하룻만에 폭승세로 돌아서고 있다.

국내 증시도 미 증시 영향으로 개장부터 폭락세를 보여 서울 외환시장에 환율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20일 서울 외환시장에 원달러 환율은 오전 9시15분 현재 전날보다 34.5원(2.39%)이 급등한 1481.0원을 기록하고 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미국 자동차산업에 대한 우려와 부진한 경제지표로 미국 증시가 폭락하자 개장과 동시에 전날보다 53.5원이 폭등한 1500원으로 장을 시작했다. 환율이 1500원까지 오른 것은 지난 1998년 3월 이후 10년8개월만에 처음이다.

이후 차익실현 매물과 여외 매도세로 상승폭을 줄여 1480원대 위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이날 주식시장에서 종합주가지수는 오전 9시15분 현재 전날보다 38.89p 하락한 977.93을 기록, 1000선이 무너졌다. 코스닥지수도 전날보다 13.41p 떨어진 284.00을 나타내고 있다. 외국인은 이날도 99억원의 순매도를 기록, 환율시장 수급에 악영향을 미쳤다.

밤사이 열린 미국 증시 5년만에 최저치로 폭락했다. 미 다우존스 산업지수는 427.47포인트(5.07%) 폭락한 7997.28로 장을 마감, 8000선이 무너지며 2003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S&P 500지수는 52.54포인트(6.12%)가 떨어져 806.58을 기록했고, 나스닥 종합지수는 96.85포인트(6.53%) 하락한 1386.42로 마감했다.

로이터통신은 투자자들이 자동차산업 구제안에 대해 의문을 품으면서 불안감이 확산됐다고 보도했다.
GM, 포드, 크라이슬러 3사의 경영진은 화요일 의회에 참석해 자동차업체들이 존폐기로에 서 있다며 250억달러 구제책을 요청했지만, 정치권에서는 수백억달러가 소요되는 구제책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작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GM주가는 9.7% 떨어진 2.79달러를 기록해 1940년대 수준으로 돌아갔고, 포드 주가는 25% 폭락했다.
씨티그룹은 계열 구조화투자회사(SIV)의 부실자산을 매입하기로 결정하면서 23% 떨어져 13년만에 최저 주가를 기록했다.

한편 이날 발표된 미국의 10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달대비 1% 떨어져 지수가 발표된 1947년 이래 사상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이같은 낙폭은 유가 하락에 따른 것으로, 전문가 예상치인 0.5% 보다 훨씬 큰 것으로 지적됐다.

미증시 폭락으로 간밤의 미국 뉴욕 역외선물환 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나흘째 오름세를 보이며 1470원대로 뛰어 올랐다. 원달러 환율은 1개월물 기준으로 직전일 최종호가인 1432/1440원대비 소폭 오른 1438/1442원선에 호가를 출발했다. 환율은 그러나 이내 1460원으로 뛰어올랐고 이후 1475원까지 상승했다.

시중은행의 한 딜러는 "미국 증시 폭라과 역외환율 상승으로 서울 외환시장 원다럴 환율이 폭등세를 보이고 있다"면서 "현재 수출기업의 네고물량과 차익실현 물량이 어느정도 나오면서 '환율=1500원'을 저지하고 있지만 꾸준히 들어오고 있는 매수세를 언제까지 감당해낼지 미지수"라고 말했다.

이 딜러는 "시장 참가자들은 환율=1500원선이 정부나 기업에 부담인 만큼 외환당국의 시장 개입이 곧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경닷컴 박세환 기자 gre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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