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위기가 미국 정부의 공적자금 투입으로 잠잠해질 것으로 보임에 따라 워런 버핏을 비롯한 슈퍼 리치들이 올해 초에 이어 체리 피킹에 나설 태세여서 앞으로의 움직임이 주목된다. 원래 마케팅 용어인 체리 피킹(cherry picking)은 요즘에는 금융권에서 더 많이 사용하는 용어로,경제 여건이나 기업 가치에 비해 과도하게 떨어진 재테크 대상(주로 주식)을 골라 투자하는 행위를 말하는 것으로 모기지 사태와 같은 금융 불안기에 즐겨 쓰는 투자기법이다.

최근 들어 워런 버핏이 골드만삭스,AIG 주식에 투자한 것을 월가에서는 이렇게 비유한다. 체리(과도하게 떨어진 주식) 나무로 가득한 과수원(증시)에 빈 봉투(포트폴리오)를 갖고 들어간다. 가까운 체리 나무에서 탐스럽게 잘 익은 체리를 딴다. 그 다음에 옆의 나무로 이동해서 또 좋아 보이는 체리를 따서 담는다. 이렇게 하다 보면 빈 주머니에는 가장 좋은 체리만을 가득 채울 수 있고 만약 체리 가격이 조금만 오르더라도 큰 돈을 벌게 되는 것이다.

체리 피킹은 그 특성상 워런 버핏이나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 증권사가 활용하면 할수록 더 큰 효과가 난다. 버핏이 체리 피킹으로 주식을 산다면 먼저 그 주식의 저평가 가치가 부각된다. 또 매스컴을 통해 이 사실이 공개되면 될수록 다른 투자자들의 주식 매입을 촉진시켜 주가 상승 속도는 기하급수적으로 빨라진다. 워런 버핏은 골드만삭스에 50억달러를 투자한 이후 시장 참여자들의 투자심리 안정과 이에 따른 주가 상승으로 하루 만에 7억달러 이상을 번 것으로 알려졌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이후 국별·업종별 주가 하락 정도를 토대로 체리 피킹의 가장 적합한 대상을 찾아보자.작년 11월 이후 세계 각국의 주가 하락률을 보면 중국 한국 동유럽 중남미 순이다. 특히 긴축정책이 맞물린 중국과 외국인들이 집중적으로 매도한 한국의 주가가 경제 여건에 비해 과도하게 떨어졌다. 아이러니한 것은 모기지 부실의 당사국인 미국보다 중국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주가가 더 많이 떨어진 점이다. 이른바 '나비 효과'가 톡톡히 나타난 셈이다.

결국 버핏의 방식대로 체리 피킹을 한다면 중국과 한국 동유럽 등에 속한 가격이 많이 떨어진 주식을 사들이면 앞으로 주가가 회복될 경우 돈을 벌 가능성이 높다는 결론이 나온다. 특히 한국의 경우 외국인들이 집중적으로 매도한 업종이 과도하게 떨어진 점을 감안하면 체리 피킹의 가장 적합한 대상으로 판단된다.

한 가지 주목해야 할 것은 버핏이 체리 피킹을 한다 하더라도 주식을 사들일 때에는 '피라미딩' 원칙을 철저히 지킨다는 점이다. 피라미딩(pyramiding)은 주식을 살 때마다 투자금액을 동일하게 유지해 주가가 올라갈수록 피라미드처럼 매입 주식 수를 적게 가져가는 방법을 말한다.
[한상춘 칼럼] '체리 피킹' 나서는 슈퍼리치들


일반 투자자들이 체리 피킹과 피라미딩을 통해 금융 불안기를 극복하고 남보다 더 돈을 벌기 위해서는 글로벌 금융 불안의 상황을 지켜보면서 매월 일정 금액을 주가가 과도하게 떨어진 국가에 속한 업종의 편입비율이 높은 글로벌 적립식 펀드에 넣어두면 후에 의외로 큰 돈을 벌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객원 논설위원 겸 미래에셋투자교육연구소 부소장 sc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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