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만가구.지난 19일 이명박 정부가 공들여 내놓은 주택공급 목표다. 분당신도시(15만8000가구)의 31.6배 규모로 역대 정권의 주택공급 목표를 봐도 단연 금메달감이요 단군이래 최대 목표치다.

건설사 최고경영자(CEO)출신인 이명박 대통령과 관료들의 통큰 플랜에 "제발 집값 안정을 위해 70∼80%라도 달성해줬으면" 하는 게 지난 정권의 부동산정책에 실망해온 무주택 서민들의 바람이다. 이 대통령은 "서민과 신혼부부를 중심으로 하는 무주택자를 임기 중에 없애겠다"고 말해 내집 마련 수요자들의 기대감을 높였다.

내년부터 10년간 수도권 300만가구,지방 200만가구를 서민용주택(150만가구) 위주로 공급하겠다는 목표 중에 미분양아파트로 허덕이는 지방에 지을 200만가구는 실현가능성이 희박한 것으로 치자.나머지 서울과 경기,인천 등 수도권에 300만가구를,대출억제로 투기수요를 묶어놓고 공급할 경우 집값 안정에는 상당한 약발을 발휘할 전망이다.

하지만 정부가 10년 프로젝트가 아닌 임기 5년 내에서라도 목표를 달성하려면 재원마련,택지확보,뉴타운 추가지정 논란 등 세부계획에서 험난한 과정이 기다리고 있다.

통 크기로 따지면 누구한테 뒤지지 않을 전두환 전 대통령.1980년 9월 국보위 위원장 시절 도시주택난을 획기적으로 해소하기 위해 향후 10년간 주택 500만가구를 지으라고 지시했다. 당시 국내 총 주택 수가 500만가구였으니 목표치는 입이 벌어질 정도였다. 벌어진 국민들의 입에서 한숨이 나오는 데는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정치적 위기에 따라 재정긴축정책을 써야 할 상황이어서 1982∼1986년 목표치의 절반인 연간 25만가구도 공급하지 못했다.

주택공급 100만가구 단위의 목표를 세운 원조인 이승만 대통령도 돈 때문에 계획을 접은 케이스.6ㆍ25 전쟁 직후인 1953년 9월 부산에서 서울로 환도한 이 대통령은 전쟁으로 파괴된 주택 문제의 심각성을 파악,100만가구를 짓겠다는 주택건설계획 5개년 계획(입주자 부담 50%,원조 등 국가보조 50%)을 세웠으나 무산됐다.

'10월 유신' 직후 250만가구 주택건설 10개년 계획을 내놓았던 박정희 정권은 나름대로 목표를 달성한 경우다. 1972∼1981년 계획의 75%에 해당하는 188만가구를 지었기 때문.

주택공급 목표치를 초과 달성한 정권도 있다. 노태우 대통령은 전세 살던 사람들이 집값 폭등으로 자살하자 임기 내인 1988년∼1992년 주택 200만가구 건설계획을 발표했다. 분당과 일산 등 5개 신도시 등에 총 272만가구의 집을 지어 목표치를 36%나 넘겼다. 김영삼 정부 때도 1993년부터 신경제5개년 계획에 따라 주택건설목표 285만가구를 10% 초과달성,313만호를 건설했다. '주택대량생산기'(임서환 저 <주택정책 반세기>)로 불리는 두 정권에서 자재값 급등과 같은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목표를 달성한 데는 집권자의 의지와 재정여건,각종 지원책 등이 주효했다.

이명박 정부가 500만가구라는 숫자에 연연하지 말고 실현가능한 내집마련 정책을 추진하길 기대한다.

정구학 건설부동산부장 c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