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외제약이 해외 제약회사가 개발 중인 신약 후보물질을 도입,자체 임상시험을 거쳐 신약으로 완성시키는 새로운 형태의 R&D(연구개발) 전략을 선보인다.

중외제약(대표 이경하)은 일본 산와화학연구소가 개발 중인 당뇨병치료제 'SK-0403(국내 개발명 CWP-0403)'에 대한 한국 내 독점개발 및 판매 계약을 체결했다고 25일 밝혔다.

국내 제약사가 해외에서 신약 후보물질을 들여와 신약으로 개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SK-0403은 현재 일본에서 임상 2상시험 단계에 있다.

신약 허가를 받으려면 임상 1~3상 시험을 거쳐 안전성과 유효성을 검증받아야 한다. 대체로 2상 단계에 있는 물질이 신약으로 상품화될 확률은 50%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실패 위험' 때문에 국내 제약회사들은 그동안 글로벌 제약사 등이 개발을 마친 완제품만 수입,판매하는 데 치중해왔다.

중외제약 관계자는 "산와화학연구소가 신약 후보물질 단계에서 기술을 넘긴 것은 '중외제약이 임상시험을 완수할 수 있는 기술력과 자금력을 갖췄다'고 공인했다는 의미"라며 "로열티와 기술도입료 등 계약조건도 완제품을 수입 판매할 때에 비해 훨씬 유리하게 맺었다"고 말했다. 의약품과 의료용식품 등을 생산하는 산와화학연구소는 일본 굴지의 의약품 유통업체인 스즈켄의 자회사로,지난해 545억엔의 매출을 올렸다.

중외제약은 2012년 상반기 발매를 목표로 조만간 국내 10개 대형병원에서 임상시험에 들어갈 계획이다. 산와화학연구소에서 완제품을 개발한 뒤 도입하는 것에 비해 2년 가까이 발매 시기를 앞당길 수 있다는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해외에서 완제품을 도입할 경우 한국인에게도 똑같은 효능을 발휘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추가 임상시험을 실시해야 하지만,SK-0403은 국내에서 임상시험을 실시하는 만큼 추가 임상시험이 면제되기 때문이다.

SK-0403은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는 인크레틴(혈당조절 호르몬)의 작용을 방해하는 DPP-4(디펩티딜펩티다제-4) 효소를 억제함으로써 결과적으로 혈당을 떨어뜨리는 신개념 당뇨병치료제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