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오일뱅크? 오리무중(五里霧中)이다."

올해 초 현대오일뱅크 지분 인수 진척 상황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대한 허동수 GS칼텍스 회장의 답변이었다.

2006년 상반기부터 2년간 끌어온 현대오일뱅크 지분 매각 작업이 안갯속에 가려졌다는 얘기였다.

현대오일뱅크의 최대주주인 아랍에미리트(UAE) 국제석유투자회사(IPIC)의 투명하지 않은 지분 매각 과정에 대한 불만의 뜻도 담겨 있었다.

오리무중이던 현대오일뱅크 지분 매각 작업은 우선매수권자이자 현대오일뱅크의 2대주주인 현대중공업이 최근 지분 인수를 공식화하면서 판도가 뒤바뀌고 있다.

현대중공업이 IPIC를 상대로 국제중재재판소에 중재를 신청,앞으로 1~2년간의 조정 기간 동안 지분 매각이 사실상 불가능하게 됐기 때문이다.

그동안 IPIC만 쳐다보며 협상을 진행해온 GS칼텍스 호남석유화학 STX 등은 헛물만 켠 셈이다.

특히 GS칼텍스로서는 현대오일뱅크 인수를 통해 후발주자인 에쓰오일을 누르고 업계 1위인 SK에너지에 맞서는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었던 점을 감안하면 더욱 아쉬운 상황이 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재계 안팎에선 IPIC의 도덕성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IPIC측이 현대중공업의 우선매수권 문제를 법적으로 해결하지 않은 채 매각 확정설을 끊임없이 퍼트려 인수 후보 기업들을 혼란에 빠트렸다는 것이다.

실제로 인수 후보 기업들은 현대중공업의 잇따른 법적조치 및 권리 주장이 나오기 전까지 IPIC가 현대중공업의 우선매수권에 대한 법률적인 문제를 해결한 것으로 믿어 왔다.

게다가 IPIC가 현대오일뱅크의 설비 효율화 투자는 뒷전인 채 60%에 가까운 경영권 프리미엄을 무리하게 요구하면서 가격 올리기에만 열을 올려왔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른바 외국 자본의 '먹튀' 논란이다.

IPIC 역시 국민의 뇌리에 남아 있는 '론스타의 아픈 기억'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얘기다.

결국 IPIC는 국제 법적 분쟁으로 논란을 확산시키는 것보다 현대오일뱅크 지분을 국내 시장에서 합리적으로 매각할 수 있는 새로운 방안을 스스로 제시해야 한다.

장창민 산업부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