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규제때문에 라벨에는 표기" … 식약청 "강제한 적 없다"

요즘 인기를 끄는 유기농 와인 수입업체들이 '백 라벨(back label)' 규제 때문에 고민에 빠졌다.

유기농 와인은 포도 재배시 농약.화학비료를 안 쓰고 와인을 병에 담을 때 산화방지제 이산화황(SO2)을 넣지 않은 제품.수입업체들은 건강에 좋다고 선전한다.

하지만 시중에서 파는 제품의 한글 백 라벨에는 '첨가물:이산화황'이라는 문구가 어김없이 들어간다.

소비자가 속고 있는 것일까?

수입업체들은 식품의약품안전청(식약청)의 '과잉 규제'를 탓한다.

프랑스 유기농 와인 '쿠들레 드 보스카텔'(사진)을 수입하는 신동와인 관계자는 "식약청 규정 때문에 그렇게 적는다"며 "이산화황은 일부러 넣지 않아도 와인 발효과정에서 저절로 소량이 생기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현행 식품위생법에 따르면 이산화황,소르빈산,탄산가스 등의 포함 여부를 반드시 겉면에 표기해야 하며,첨가물이냐 자연발생물이냐를 구분하지 않는다.

유럽에 비해 첨가물 규제가 엄격한 편이다.

샴페인 업체들도 비슷한 고민을 갖고 있다.

샴페인에 들어 있는 탄산은 원료인 포도가 발효되면서 저절로 생기지만,한글 백 라벨에는 '원료:탄산가스'라고 적어야 한다.

건강을 챙기는 웰빙 시대의 마케팅에는 큰 악재가 아닐 수 없다.

이에 대해 식약청 관계자는 "과실주에 이산화황이나 탄산이 들어 있으면 자연발생한 것이라도 표기해야 하지만 원료나 첨가물이라고 쓰도록 강제한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식약청만 탓하기는 어렵다는 견해도 있다.

김준철 한국와인아카데미 원장은 "인위적으로 넣은 게 아니면 표기하지 않아도 불법은 아닌데,식약청 검역에서 백 라벨과 내용물이 다르면 전량 반송처리 등 불이익을 당하므로 수입업체들이 겁을 먹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