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의 4월 미국 방문은 전직 대통령들에 비해 훨씬 우호적인 분위기에서 이뤄진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맞을 준비가 전혀 안 돼 있을 때 방미를 강행,정상회담은 '재앙'으로 끝났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에 대한 평가를 놓고 180도의 인식차이를 드러냈기 때문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방미도 한국에서 반미감정이 고조된 때 이뤄져 회담결과가 신통치 않았다.

이 대통령은 환영받는 분위기에서 이들 두 대통령보다 취임한 날을 기준으로 할 때 1~2개월 먼저 워싱턴을 찾는다.

게다가 한국 대통령으로선 처음으로 미국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부시 대통령 부부와 넥타이를 풀고 오붓한 저녁을 함께한다.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가 부풀어 있지만 양국 간에는 신뢰가 생각만큼 강하지 못하다.

가장 큰 장애물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금지 문제다.

격렬한 시위를 뚫고 작년 6월 체결한 한·미 FTA(자유무역협정)의 의회 비준도 이 문제에 걸려 가능성이 가물가물하다.

지난주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미국대사를 비롯 대사관 관계자들과 정치 외교 경제관계를 토론하는 기회를 가졌다.

그 자리에서도 미국산 쇠고기가 안전하지 않다는 이유로 수입을 금지시킨 한국 정부의 조치를 이해하기 어렵다는 불만이 쏟아졌다.

한국 주부의 절반 이상이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을 우려한다는 조사가 있었지만 이 문제가 풀리지 않고는 미 의회에서 FTA협정이 비준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FTA법안을 심의할 상원 재정위원회 위원장이 미국에서 쇠고기를 대량으로 생산하는 '비프 벨트'의 대표격인 몬태나주의 막스 보커스 상원의원이다.

이 문지기를 뚫지 않고는 FTA 골을 성사시킬 수 없다.

원래 미국산 쇠고기 수입문제는 FTA 협상과 별개로 다뤄졌지만 이 같은 미 의회의 성격상 불가분의 관계로 엮여버렸다.

미 의회의 분위기는 한국 국회보다 좋지 않다.

현재 미 의회는 한·미 FTA에 큰 관심이 없다.

콜롬비아와 맺은 FTA 심의에 치중하고 있는 상태다.

시간이 흘러 민주당의 버락 오바마나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이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비준 기회는 막혀버릴지 모른다.

이 대통령의 워싱턴행이 결코 순탄지 않음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해답은 과감한 결단이다.

FTA를 발효시키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쇠고기 수입금지라는 걸림돌을 걷어내는 수밖에 없다.

축산업자의 반발이나 소비자들의 불안심리를 의식해 좌고우면해봐야 뾰족한 수가 없다.

그런 다음 미국을 압박해야 한다.

부시 대통령에게 의회를 설득해달라고 요청하고 의원들도 직접 만나 조속한 비준을 촉구해야 한다.

FTA에서 합의한 한국자동차 시장 개방확대는 미국 자동차업계에 유리한 조항이다.

미국 자동차회사들의 본거지인 매사추세츠주의 의원과 자동차회사의 노조원까지 만나 비준의 시급성을 설득하는 것도 방법이다.

이런 문제라면 재계 리더에게 손을 내밀어도 된다.

명분도 없이 기업인들을 데리고 가 폼을 잡을 게 아니라 FTA비준을 위해 로비를 해달라고 사정하면서 모시고 가는 것도 필요하다.

고광철 편집국 부국장 g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