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CES 전시회에서는 예년에 보지 못했던 최고경영자(CEO)가 두 사람 있었다.

한국 반도체 업계의 양대 CEO인 황창규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사장과 김종갑 하이닉스반도체 사장이다.

메모리 반도체 업체 CEO로는 처음으로 가전전시회인 CES에 참관하러 온 두 사람.이들은 무엇 때문에 라스베이거스를 찾았을까.

한마디로 전자제품의 '컨버전스(기능 융합)'가 빠르게 진행됨에 따라 반도체의 수요처가 PC와 휴대폰에서 소비자가전 제품으로 급속히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초부터 계속된 메모리 반도체의 가격 급락으로 극심한 실적부진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소비자가전 분야에서 돌파구를 찾으려고 나섰다는 얘기다.

황 사장은 8일(현지시간) 전시장을 돌던 중 기자와 만나 "디지털 가전의 추세가 기기는 얇게,처리 속도는 빠르게 만드는 것인 만큼 코어 컴포넌트(핵심부품)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다"며 "삼성전자가 먼저 시장을 만들어 가면 시장 파이(규모)가 커질 것이고 (삼성전자의) 가격경쟁력과 기술경쟁력이 더 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황 사장은 가장 인상적인 제품으로 폴 오텔리니 인텔 CEO가 개막일인 7일 기조연설에서 언급했던 'MID(모바일 인터넷 디바이스)'를 들었다.

MID는 들고 다니면서 인터넷과 다양한 멀티미디어 기능을 이용할 수 있는 제품.그는 "이번 전시회의 메인 제품은 아니지만 삼성,LG,소니 등 모든 업체 부스에 다 있었다"며 MID를 유망 애플리케이션으로 꼽았다.

황 사장은 "CES에 참가한 고객사 중 절반 정도를 만났고,우리 제품에 대해 관심이 뜨겁다는 걸 느꼈다"면서 "내년에는 더 많은 내용을 가지고 참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스를 차리진 않았지만 임직원 13명과 함께 전시장을 찾은 김종갑 사장은 "우리 낸드와 D램을 탑재할 수 있는 제품이 수백가지나 된다는 걸 알았다"며 "새로 나올 제품 중엔 노어플래시보다는 낸드플래시를 채택할 제품이 많아 수요 측면에서는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라스베이거스(미국)=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