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경제부가 27일 내놓은 보험업법 개정 방향에 대해 보험업계는 `환영 반, 실망 반'의 반응을 보였다.

보험사의 지주회사 전환을 쉽게 하고 지급결제 기능을 허용하겠다는 등의 내용이 담겼지만 `앞으로 면밀히 검토하겠다'는 수준이어서 불투명하다는 것이다.

방카슈랑스 4단계를 예정대로 추진한다는 정부 입장 역시 시행 유보 또는 전면 재검토라는 업계 요구와는 거리가 있는 것이어서 아쉽다는 분위기다.

◇ `반쪽짜리 선물(?)' = 보험업계는 은행, 증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외돼온 보험 쪽의 요구가 일정 부분 반영됐지만 원론적인 수준에 그친 사안들이 많아 `반쪽짜리 선물'이 됐다는 반응이다.

재경부는 보험사의 지주회사 전환에 걸림돌이 됐던 비금융사 주식 처분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하면서도 내년에야 구체적인 개선책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보험사에 지급결제 기능을 주는 문제도 2009년 2월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으로 금융투자회사들이 지급결제 업무를 하는 걸 봐가며 허용하겠다고 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이에 대해 "업계 입장에서는 `결정을 미룬 게 아니냐' `안 할 수도 있다'며 반신반의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투자자문.일임업 겸영 허용, 각종 펀드 등으로 보험사 자산운용의 자율성 확대, 파생상품 자산운용 규제 완화, 보험상품 개발 절차 간소화 등에 대해서는 한목소리로 환영했다.

보험사가 종합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수익원이 다양해질 것이란 기대에서다.

그러나 논란을 빚어온 방카슈랑스 4단계를 예정대로 시행키로 한 데 대해선 불만의 목소리가 높았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방카슈랑스 4단계의 시행은 연기되거나 재조정돼야 할 사안"이라며 "배상 책임을 은행에 두고 대출 신청자 등에게는 보험 판매를 못하도록 하는 수준의 보완책으로는 미흡하다"고 말했다.

손해보험협회 측은 "보험 소비자 권한 강화 차원에서 도입키로 한 `보험판매플라자'에 보험료 협상권을 줄 경우 취지와 반대로 수수료 경쟁을 가속화해 오히려 소비자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보험이 은행이나 증권과 비슷한 수준의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이른 시일 내에 규제 완화의 구체적인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 대형화.종합화에는 `딴 목소리' = 보험업법 개정의 큰 틀인 `대형화.종합화'에 대해선 업체 규모별로 다른 목소리를 냈다.

보험산업 육성이라는 대의 자체에 대해선 한결같이 반겼지만 일부 중소형사들은 오히려 경쟁을 격화시키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우려했다.

한 대형 생명보험사 관계자는 "보험 지주회사 요건 완화, 지급결제 기능 부여 등에 대해 정부가 유보적인 입장을 취한 듯하다"며 "(정부가 보험업계에) 선물은 준 것 같은데 실익이 별로 없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한 중소형 보험사 관계자는 "대형화.종합화 추세에서 소형사는 취약할 수밖에 없다"며 "중장기적으로 보험업계가 몇몇 대형사 위주로 재편되는 것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있다"고 말했다.

◇ 보험업계 질서 재편되나 = 업계는 보험 지주회사 전환이나 보험사 간 합병에 대한 규제를 풀더라도 당장 보험업계에 지각 변동이 생기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아직 시장 여건이 그 정도로 성숙하지는 않았다는 이유다.

안철경 보험연구소 연구위원은 "지주회사 체제는 겸업화와 대형화, 글로벌화라는 전 세계적 금융산업의 조류에 부응할 수 있는 제도"라고 전제한 뒤 "그러나 당장 보험사들의 지주회사화가 이뤄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재 시장 여건상 지주회사로 전환해도 큰 메리트가 없는데다 지주회사 전환을 위해서는 자본력이 크게 확충돼야 하기 때문에 생보사의 경우 상장 등의 전제조건이 충족돼야 한다는 것이다.

안 연구위원은 "급선무는 상장이고 이를 통해 자본을 확충한 뒤 인수합병(M&A)을 해 덩치를 키우고 지주회사로 가는 게 수순일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보험업계 관계자도 "지주회사 전환 등은 현 시점에서 극소수의 회사들에만 해당하는 얘기"라며 "지주회사가 큰 방향에선 맞지만 지금 당장 허용해도 바로 하겠다는 보험사는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울연합뉴스) 정성호 기자 sisyph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