梁茂進(양무진) < 경남대 교수·정치학 >

지난 16일 '남북관계발전과 평화번영을 위한 선언' 이행에 관한 제1차 남북총리회담이 막을 내렸다.

2박3일간의 짧은 만남에서 8개 조항 49개 세부항목에 합의했다.

1992년 남북기본합의서 채택 이후 가장 많은 항목에 합의한 셈이다.

합의서 가운데 주목을 받는 내용은 대략 세 가지다.

첫째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설치 건이다.

장관급을 위원장으로 하는 특별지대추진위원회의 구성ㆍ운영에 대해 합의했다.

해주경제특구는 금년 12월에 현지조사를 하여 내년에 착공하기로 했다.

둘째 개성~평양 고속도로 및 개성~신의주 철도 개보수 건이다.

경제협력공동위원회 산하에 도로 및 철도관련 분과위원회를 구성하고,11월 중 개보수를 위한 실무접촉과 연내 현지조사에 착수하기로 합의했다.

셋째 통행ㆍ통신ㆍ통관 등 3통(通)에 관한 개선 건이다.

통행시간을 금년 내 확대ㆍ개선하고,내년부터 개성공단에 인터넷과 무선전화 서비스를 시작하기 위해 통신센터를 착공하기로 했다.

세 가지의 합의사업은 나름대로 남북관계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

하지만 이행과정은 그리 순탄치만은 아닐 것이다.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는 평화와 경협의 선순환 구조 전형을 만들겠다는 남측의 전략적ㆍ창의적 아이디어가 담긴 구상이다.

그러나 공동어로구역설정을 서해북방한계선(NLL)과 어떻게 연관지을 것인지,북측 선박이 평화수역 통과와 해주직항로 이용에 있어 남측의 통항절차를 잘 따를 것인지,해주경제특구가 앞으로 개성공단과 어떻게 연계하고,해주ㆍ개성ㆍ인천을 잇는 서해남북경제협력벨트로 확대함에 있어 비용은 어떻게 조달할 것인지 등이 난제(難題)가 아닐 수 없다.

철도ㆍ도로 개보수는 북측이 관심을 가지는 분야다.

인적 물적 교류의 확대뿐만 아니라 물류수송비 절감에 따른 남북경협도 크게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부산~신의주 도로는 아시안 고속도로 노선(Asian Highway Network)의 중심구간으로 향후 통행요금 수입만으로도 북측의 경제난 극복에 기여할 것이다.

그러나 개보수의 비용과 기술적 문제가 난관으로 예측된다.

도로와 철도 개보수를 동시에 할 경우 엄청난 비용이 들 것이다.

남측에서는 비용ㆍ자재ㆍ장비만 지원하고 공사는 북측이 단독으로 수행하겠다고 하면 이 또한 큰 문제다.

비용 측면에서 남측은 구간별 단계적으로 하지 않을 수 없다.

단계적 확대도 남북관계 상황과 공동 이용률,그리고 개선점의 점검하에서 진행될 수밖에 없다.

3통문제는 남북경협의 확대와 개성공단의 국제경쟁력 확보의 관건이다.

통행은 '연중무휴,상시통행','절차간소화'가 이뤄져야 한다.

통신은 해주특구 등 남북경협지역뿐만 아니라 서울~평양 간 직통전화의 연결도 시급하다.

유선통신망은 수익배분의 문제,통신센터는 공동운영의 문제,인터넷 서비스는 북측인원의 접근과 해킹방지 문제가 난제다.

특히 유선통신과 인터넷 서비스 제공을 위한 설비 반출은 미국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승인 반출시 미국 수출관리규정(EAR)에 따라 최소 6개월이 소요된다는 점도 난제다.

이번 합의서에 대해 다수의 전문가들은 미흡한 부분과 오해의 소지도 지적하고 있다.

한반도비핵화에 대한 남북 양정상의 의지를 재확인하는 내용이 없다.

국제사회의 시선이 곱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다.

당국 간에 합의한 협력사업은 조건없이 군사보장조치를 취한다는 내용도 없다.

많은 합의가 대선 전의 이행을 명시하고 있다.

대선에 영향을 미치겠다는 오해를 받을 수 있는 대목이다.

내년에 이행한다는 점도 눈에 띈다.

내년의 일은 차기 정부의 몫이다.

차기정부에 부담을 주겠다는 북측의 전략일 수도 있다.

외교적 관례상 임기 말의 정부는 국가안위의 문제를 제외하고는 차기정부에 부담을 주는 협상이나 합의는 하지 않는 것이 관례다.

만약 차기정부에서 이행되지 않고 남북 불신이 증대된다면 참여정부도 비판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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