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4년 제주도 1호 시장으로 인가받은 동문공설시장은 20여개가 넘는 점포가 영업난으로 비어 있을 만큼 썰렁하다.

올해 수해를 겪은 탓인지 지하 1층 중소형 마트도 텅비어 있다.

1970년대에 형성된 동문재래시장과 수산시장도 장을 보는 오후 시간대 잠시 유동인구가 늘 뿐 사정은 비슷하다.

제주도청 경찰청 등 행정기관이 이전하고 연동과 노형동 등에 신시가지가 조성되면서 상권이 분산된 데다 1997년 말 외환위기 이후 경기가 위축된 탓이다.

롯데마트 이마트 하나로마트 등 대형마트 진출도 영향을 미쳤다.

동문재래시장 입구 노점에서 26년간 멸치 등 건어물을 판매해온 박예례씨는 "과거엔 걷기 힘들 정도로 길가에 사람이 붐볐지만 요즘은 손님이 한 사람도 없는 날이 허다하다"고 말했다.

'제주의 명동'으로 불리는 칠성로상점가에서 만난 한 맞춤 양복점 사장은 2년째 문 닫은 옆 가게를 가리키면서 "권리금도 거의 없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칠성로에서도 산지천 옆 구간에 빈 점포가 더욱 많고 저녁만 되면 슬럼화하는 모습을 보인다.

다만 금강제화에서 코리아극장에 이르는 길 양쪽은 아직도 마에스트로 캐빈클라인 등 유명 브랜드가 즐비해 제주 패션 1번지로서의 명성은 잃지 않고 있다.

그러나 고개를 들면 레스토랑과 호프집 등으로 밤 11시까지도 환했던 이 거리 2층 매장의 상당수가 어둠속에 새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특히 제주공항에 내국인 면세점이 생기면서 화장품가게 안경점 금은방이 타격을 받아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1990년대 말만 해도 잭 니클라우스나 라코스떼매장이 전국 매장에서 1∼2위를 달릴 만큼 잘나가던 상권이었다.

1990년 문을 연 제주 유일의 지하상가인 중앙지하상가는 중ㆍ저가 의류를 주로 팔고 있다.

400여m에 384개 점포가 있지만 역시 빈 점포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매출실적이 10∼20% 줄어들었다는 게 상인들의 전언이다.

30여년 역사를 갖고 있는 중앙로 상가는 원래 주류를 이루던 교복 및 학생용 가방점이 대부분 사라지고 지금은 휴대폰 단말기판매점과 의료 가방 신발가게가 눈에 많이 띈다.

그러나 임대문의 딱지가 붙은 휴대폰대리점이 3∼4곳 이상으로 활력을 잃은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