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UC버클리대 로렌스버클리연구소는 설립 이래 기초과학 분야에서 11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고 과학메달 수상 실적도 12회에 이르는 등 여느 연구소에서 찾아보기 힘든 성과를 내왔다.

이 때문에 이 연구소는 미국 최고의 연구소 중 하나로 인정받고 있다.

한 해 예산도 5억달러 이상에 달하고 연구원도 4000명이 넘는다.

일본 도쿄대 고체물리연구소는 모든 연구시설을 공동 연구에 참여하는 전 연구원들에게 개방한다.

특히 연구소 자문회의 구성원으로 도쿄대 소속 연구원뿐만 아니라 외부 연구원까지 참여시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이 같은 개방형 경영은 연구소를 1980년대 선진 실험기술에서,1996년 이래 재료공학 연구에서,2003년부터는 중성자 연구 분야에서 세계적 명성을 쌓는 토대로 작용했다.

물리학 화학 지구과학 응용물리학 등에서 석사 115명과 박사 48명을 배출했고 매년 논문과 보고서는 다른 연구소들보다 많은 350∼500편을 내놓는다.

선진국 주요 대학 연구소들은 세계적인 연구 성과를 내놓으면서 국가의 기술 경쟁력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개발한 기술 등 연구 성과는 곧바로 기업에 이전돼 산업화로 이어지고 상품 판매와 기술료 획득을 통한 부 창출의 원천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선진국 주요 대학들에서 이뤄져 왔던 이 같은 모델의 기술개발을 통한 산업화가 최근 들어 국내 대학에서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특히 정부의 적극적인 연구개발자금 지원과 기업들의 공동 연구 개발 참여가 대학연구소(사업단)의 성과 산출 원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다.

연구논문을 세계적 학술지에 대학마다 수십에서 수백편씩 게재하고 있고 개발 기술의 사업화를 통해 로열티 수입도 올리는 등 실적을 내고 있다.

한양대 나노소자개발사업단은 작년 3월 원자힘 현미경 리소그래피 기술의 고속화 실현을 위한 세계 최고속 AFM 리소그래피 시스템과 고속 나노패턴 제작 전용 고감도 레지스트를 개발하는 성과를 냈다.

이 기술은 나노구조물을 쉽게 형성 제어할 수 있는 데다 가격도 저렴해 세계 많은 연구소에서 경쟁적으로 연구개발하고 있는 첨단 분야다.

이를 국내 대학연구소가 세계 처음으로 개발에 성공한 것.사업단 관계자는 "나노포커스 등 기업과 공동으로 이를 산업화해 광리소그래피와 전자빔 리소그래피 기술을 부분적으로 대체함으로써 수천억원대의 시장으로 크고 있는 나노패턴 공정 분야의 틈새 시장을 열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대학연구소의 이 같은 성과는 결국 국내 기술의 해외 수출을 통한 로열티 수입으로 이어지는 결과를 가져오고 있다.

실제 서울대 의과대학 암연구소에서 소규모 연구소로 출발한 진매트릭스는 지난해 로열티 수입만으로 10억원을 벌어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는 올 들어서도 지난 6월 말까지 7억5000만원의 로열티 수입을 올렸다.

매출액 중 특허 로열티가 차지하는 비중이 전체 매출액의 90%에 이른다.

지난해 국내 기업들이 출원한 특허권 수출 등으로 챙기고 있는 로열티 수입은 20억1000만달러에 달했다.

이는 2000년의 로열티 수입 6억9000만달러에 비해 3배가량 증가한 것.반면 지난해 특허권 사용료 지출은 44억9000만달러로 2000년(32억2000만달러)에 비해서는 39.4% 증가했지만 전년(45억6000만달러)에 비해선 약간 줄었다.

지난해 로열티 지출 규모 감소는 비록 미미한 수준이지만 기술특허 경쟁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내기 시작했다는 평가다.

이 같은 변화는 최근 한국은행이 발표한 국제수지 동향을 보면 확연히 나타난다.

올해 1∼7월까지 특허권 등의 사용료 수입액은 12억37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1.5% 증가했다.

이에 반해 해외 지출액은 27억80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0.7% 증가하는 데 그쳤다.

한마디로 로열티 수입액 증가폭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이는 그동안 대학연구소와 기업 등이 협력해 연구개발(R&D)을 강화해온 결과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진다면 몇 년 내 특허권 사용료 수지가 적자에서 흑자로 돌아설 것으로 조심스럽게 전망하고 있다.

정부도 2003년부터 2007년까지 연평균 10.6%씩 연구개발 투자를 늘려 왔다.

이는 세계 최초로 와이브로 서비스 상용화,아리랑 2호 위성발사,32 기가급 낸드플래시 원천기술 개발 등 굵직한 연구 성과를 잇따라 내놓는 결과를 가져왔다.

대학연구소들의 연구 성과도 세계적 과학학술지인 네이처 사이언스 셀 등에 게재되면서 그 위상이 높아지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해 산업재산권 출원 규모가 36만8000여건으로 세계 4위에 오른 것도 정부의 연구개발자금 지원 확대와 대학 연구소들의 지칠 줄 모르는 연구개발 성과에서 비롯된 결과로 볼 수 있다.

한 대학의 연구개발사업단 관계자는 "국가 경쟁력은 기술력의 확보에 달려 있는 만큼 국가 경제정책의 중심에 단연 혁신기술 개발이 자리잡고 있어야 한다"며 "대학에 있는 각 연구사업단이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다방면에서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계주 기자 lee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