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개막된 세계 최대 영상.음향 가전전시회 'IFA 2007'의 LG전자 전시관. 안쪽에 마련된 '홈시어터 존'에 관람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와인잔을 본 딴 디자인의 '샴페인' 홈시어터,여기에 연결돼 있는 47인치 풀HD LCD TV에서 영화 '트랜스포머'가 흘러나오자 관람객 사이에 기대감과 긴장감이 교차한다.

샴페인 스피커에서 쏟아져나오는 영화관을 방불케하는 웅장한 사운드,100㎐ 기술을 적용한 LCD TV에서는 자동차가 로봇으로 빠르게 변신하는 장면에서도 잔상이 남지 않는다.

영화 상영이 끝난 후 TV 옆면의 USB슬롯에 사진파일이 들어있는 USB메모리를 꽂고 통합리모컨 버튼을 누르자 TV화면 가득 사진이 떠올랐다.


◆풀HD도 진화한다

풀HD를 통한 '홈엔터테인먼트'의 완성. 올해 IFA 전시회에서는 그동안 보지 못했던 획기적인 제품은 찾아볼 수 없었다. 하지만 참가업체들은 올해 초 쏟아져 나온 풀HD 제품들을 업그레이드시켜 홈엔터테인먼트의 질을 한층 높였다. 풀HD 화면으로 게임을 즐기면서 인터넷 서핑도 하고,영화와 음악을 한꺼번에 즐기는 시대가 활짝 열린 셈이다. 참가업체들이 내놓은 제품 중 가장 대세를 이룬 것은 100㎐ 풀HD LCD TV. 1초당 전송이 가능한 영상수를 기존 제품보다 두 배 높여 그동안 LCD TV의 단점으로 지적됐던 잔상 문제를 해결한 기술이다. 삼성전자,LG전자,대우일렉,필립스 등 주요 업체들이 모두 이 기술을 적용한 TV를 전면에 내세웠다.

지난해 TV를 중심으로 불었던 풀HD 바람이 올 들어 프로젝터와 캠코더,홈시어터 등으로 확산된 것도 이번 전시회의 특징. 삼성전자는 풀HD 화질과 HD급 음질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블루레이 홈시어터와 풀HD 프로젝터를 내놓았고 LG전자도 풀HD를 지원하는 샴페인 홈시어터를 발표해 '풀HD 엔터테인먼트 패키지' 시장에서의 치열한 경쟁을 예고했다.


◆소비자 편의가 먼저다

IFA 전시회는 연초 한 해의 기술 트렌드를 선보이는 미국 소비자가전쇼(CES)와 달리 당장 시장에 내놓을 소비자 친화적 제품들을 내놓는 게 특징. 특히 올해는 전자업체들의 패러다임이 공급자에서 소비자 중심으로 확연히 바뀌었다.

블루레이와 HD DVD를 동시에 재생할 수 있는 듀얼 플레이어가 대세를 이룬 것이 대표적. LG전자가 지난 1월 CES에서 처음 선보인 슈퍼멀티블루플레이어에 이어 이번 전시회에서는 삼성전자가 듀어 HD BD-UP500이라는 비슷한 제품을 내놨다. LG전자 관계자는 "업체 간 표준 경쟁보다는 소비자 편의가 우선이라는 인식이 확산된 결과"라고 말했다.

TV를 홈시어터와 캠코더,디지털카메라 등 각종 디지털 기기들과 연결하는 HDMI(고화질 멀티미디어 인터페이스) 단자가 보편적으로 채용된 것도 소비자들에게 편의를 제공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TV 리모컨 하나로 모든 연결기기를 컨트롤하는 제품이 다수 전시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같은 트렌드를 반영하듯 박종우 삼성전자 디지털미디어 총괄 사장은 지난달 30일 외신기자회견에서 '경계 없는 사용자 경험(seamless experience)'을 주제로 소비자 편의 기술 진화에 대해 설명했다.


◆그 밖에 눈길 끄는 제품

애플의 MP3플레이어인 '아이팟'의 아성에 도전하는 제품들도 쏟아져 나왔다. LG전자는 MP3뿐 아니라 초고화질의 동영상을 재생하는 '샤이닝터치 MP3플레이어'를 들고 나왔다. 삼성전자는 16 대 9의 와이드 LCD 화면으로 영화까지 감상할 수 있는 비디오MP3 플레이어 'YP-P2'를 내놨다. 음악파일을 블루투스를 통해 홈시어터나 휴대폰으로 연결할 수 있는 것이 특징. 지난해 불참했던 소니도 동영상 재생이 가능한 MP3플레이어를 등장시키며 아이팟 공격에 가세했다. LCD 분야에서는 샤프가 세계에서 가장 얇은 2cm 두께의 108인치짜리 LCD TV를 내놓아 눈길을 끌었다.

베를린(독일)=김현예 기자 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