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相烈 < 대한상공회의소 부회장 >

이랜드의 유통매장 계산원 외주화(外注化)와 계약직 근로자의 선별적 정규직 전환에 반발한 이랜드 노조의 매장 무단 점거 농성 사태가 경찰력 투입을 통해 막을 내리는가 싶더니 이번에는 민주노총이 이랜드에 대한 불매 운동을 전개해 몇몇 매장에서 영업 차질이 발생하는 등 노동계의 기업 적대 행위가 계속되고 있다.

엊그제 새벽에는 서울 강남 킴스클럽 매장을 다시 기습 점거해 농성을 벌이는 등 사태가 해결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우선은 회사의 경영상 의사 결정에 대해 근로자들이 불법 점거 농성을 통해 이를 철회하라고 요구하는 것 자체가 법치주의 국가에서는 용납하기 어려운 일이다.

하물며 노조의 불법 행동으로 막대한 손실이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 정당한 권리를 행사한 것까지도 외부 노동 세력이 타격 투쟁 운운하며 정상적인 기업 활동을 방해하고 있는 것은 자유시장경제 체제에서 결코 일어나선 안 될 일이다.

이번 이랜드 노조의 농성 사태와 이를 둘러싼 논의의 전개 양상을 지켜보면서 비정규직 대책에 관해 사회 일각에서 이분법적 대결 논리를 앞세우며 기업을 매도하고 기업인에 대한 좋지 않은 편견을 조장하고 있는 것은 심히 우려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해 주는 것은 '선'이고,계약직을 계속 유지하거나 외주를 주는 등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지 않는 것은 잘못이라는 편협한 인식이다.

계약 기간이 만료된 근로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시킬 것인지 아니면 외주를 줄 것인지,또 다른 기간제 근로자로 교체 사용할 것인지는 전적으로 기업의 경영진이 결정할 문제다.

경영진은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의무를 다해 보다 효과적인 인력 운용 방안을 찾아야 할 의무가 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점점 더 치열해지는 유통경쟁 환경 속에서 기업의 생존을 담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회사의 인력 운용 방침에 따라 단순반복적인 업무에 대해 외주를 주는 것은 기업 경영 관리자가 충분히 택할 수 있는 결정이다.

계산대 직원을 직접 관리하는 것보다는 업무 자체를 외주업체에 맡기는 것이 관리의 전문성과 운영 효율성 면에서 이점이 있다고 회사 경영진이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외부의 누군가가 왈가왈부한다거나 비난할 수는 없는 문제다.

그것을 비난하는 사람이 이랜드의 경영에 대해 책임을 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로지 경영진만이 선택할 수 있는 사항이고 그로 인한 결과를 책임지는 것이다.

이번 이랜드 파업 사태와 같은 비정규직 인력 운용에 관한 노사 갈등은 법 제정 당시부터 예견됐던 것이다.

글로벌 경쟁이 심화되고 기술 발달이 빨라지는 경영 환경 속에서 기업들의 고용 형태가 다양해지는 것은 자연스런 현상이다.

그러나 현행 비정규직법은 이러한 추세를 감안하지 않은 보호 위주의 무리한 입법이었기 때문에 기업들이 신축적인 인력 운용에 더욱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올 7월부터 시행되고 있는 비정규직 관련법 즉,'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과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은 비정규직 보호의 취지를 담고 있는 법안이지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바꾸도록 강제하는 법안이 아니다.

이번 이랜드 파업 사태를 지켜보면서 안타까운 부분은 비정규직 관련법이 시행됐으니까 비정규직을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해야만 하는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 이랜드 파업 사태는 너무 이상에 치우친 보호 위주의 대책이 오히려 사태를 악화시킬 수 있음을 우리에게 보여줬다.

경영 사정이 허용한다면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을 검토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비정규직의 무조건적인 정규직 전환과 같은 무리한 요구로 인해 애당초 비정규직의 고용 안정과 차별 해소라는 법 취지가 무색해지고,엉뚱하게도 비정규직의 일자리만 빼앗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는 현실을 우리 모두는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