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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그것도 제조업체 맞습니까?"

경기 포천 가산면에 있는 건축물 부식방지 특수도료 생산업체인 B&B코리아(옛 경흥산업)의 공장과 연구소를 처음 방문한 사람은 누구나 이 같은 질문을 던진다.

숲으로 둘러싸인 3000여평 부지의 B&B코리아 공장은 간판을 보지 않고 들어서면 큰 별장처럼 보인다.

붉은 벽돌과 화강석으로 말끔하게 지어진 생산동과 연구동,기숙사,사무동 건물은 잘 꾸며진 가든형 고급 음식점 같기도 하다.

면접을 보러왔던 신입사원이 음식점에 잘못 들어온 줄 알고 돌아나간 일화도 있다.

공장 한가운데에는 시원스런 물줄기를 뿜어대는 분수대가 방문객들을 맞이한다.

산을 깎다 나온 거북바위는 이 공장의 명물이다.

얼마 전 회사를 방문한 중국의 가스공사 사장이 거북이 모양을 한 신비한 바위를 보고 흥할 징조라는 뜻을 담은 문구까지 써주고 갔다.

이렇게 아름다운 '일터'를 설계하고 지은 이는 이 회사 신현관 사장(56)이다.

신 사장의 경영철학 제1장은 '일하고 싶은 일터 만들기'다.

직원이 즐거워야 '1등 기업'이 가능하다는 인식에서다.

그는 "회사에 몸담고 있는 구성원 모두가 신이 나야 능률이 오르게 마련"이라며 '신명 나는 일터'를 강조한다.

이 회사는 직원 생일 등 각종 기념일에는 정원에서 고기를 굽는 등 각종 먹거리를 마련해 거래처나 주민들을 초청,회식을 즐긴다.

20평 남짓한 작은 공간에서 시작한 사업이 '특수도료'분야에서 두각을 보이기 시작한 건 '일하고 싶은 직장'을 만들면서부터다.

이 회사는 지금도 점심시간이면 사장을 비롯한 전 임직원이 식판을 들고 줄을 서는 가족적인 기업문화를 지니고 있다.

기업의 기본적인 속성이 수익을 추구하는 것이지만 B&B코리아 처럼 직원들이 일하고 싶은 회사를 만드는 것도 경영자가 생각해야 할 중요한 가치 중 하나다.

신명나는 일터를 만들기 위해서는 '분수문화'가 정착돼야 한다.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는'폭포문화'보다는 밑에서 위로 솟구치는 '분수문화'가 형성돼야 일하고 싶은 회사를 만들 수 있다.

'비전이 있는 회사''내가 같이 성장할 수 있는 회사''자유로운 근무환경과 팀워크가 중시되는 회사'가 바로 일하고 싶은 기업의 전형이다.

이를 위해서는 회사의 상황을 투명하게 보여주며 직원들에게 주인의식을 심어줘야 한다.

조직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소외된 직원이 주인의식을 갖는다는 건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기보다 기대하기 힘들다.

그래서 현명한 CEO들은 수시로 시간을 쪼개 회사 경영내역 등을 임직원들에게 공개한다.

한국에 B&B코리아 같은 기업이 있다면,사우스웨스트항공(SWA)은 미국의 대표적인 '일하고 싶은 직장,즐거운 직장'으로 손꼽힌다.

이 회사 허브 켈러허 회장은 항상 '직장이란 즐거운 곳이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새로 사람을 뽑을 때도 조직에 들어와 '즐길 수' 있는 사람에게 후한 점수를 준다.

일에 필요한 지식이나 기술은 배우면 되지만 몸에 배어 있는 태도는 쉽게 바꿀 수 없기 때문에 조직과 쉽게 동화될 수 있는 사람을 찾는다는 것이다.

1971년 비행기 3대로 출발한 SWA는 '신명나는 일터'를 경영원칙으로 한 결과 오늘날 항공기 370대를 보유한 미국 4대 항공사로 우뚝 성장했다.

포천지 선정 '가장 일하고 싶은 10대 기업'에 6년 연속 뽑히기도 했다.

34년 연속 흑자를 냈고,기업의 시장가치는 20년 만에 217배나 커졌다.

경제전쟁에서 절대강자는 존재하지 않는다.

시장은 안주하는 기업을 쉽게 외면한다.

새로운 감동은 오로지 기술력에서 비롯되며,기술력의 기본은 주인의식과 일하고 싶은 기업문화에서 나온다.

결국 최고의 감동은 일하고 싶은 기업문화,즉 기업의 '기본'에서 비롯된다.

'신명나는 일터'구축은 기업의 자산과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경쟁력이다.

최규술 기자 kyus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