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榮順 < 송파구청장 youngk7@choli.com >

"언니 정말 지쳤어요. 차는 막히죠,숙박비며 음식,음료수 값 전부가 바가지죠. 게다가 피난민 행렬처럼 쫓기듯 하는 이런 여름휴가 정말 끔찍해요. 그러나 애들 방학이랑 남편 휴가에 맞춰 갈 수밖에 없으니…."

작년 여름 친척 여동생이 휴가지에서 전화로 하소연했던 말이다. 휴가란 말 그대로 업무와 일상사에서 쌓인 피로를 풀고 휴식을 통해 또 다른 내일을 위한 충전의 기회가 되어야 하는데,대부분은 동생네 가족처럼 모처럼의 휴가가 오히려 스트레스가 되었던 안타까운 경험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성수기에 한꺼번에 휴가를 함으로써 비롯되는 이런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정말 없는 걸까.

만약,일년 단위로 휴가일수가 정해져 있는 휴가의 개념과 형태를 좀 더 유연하게,그러나 적극적으로 활용하게 하는 방법으로 '휴가통장제도' 같은 것을 도입할 수는 없는 것일까.

여윳돈을 은행에 저축해 두었다 필요할 때 인출해 쓰듯이 휴가도 매년 저축해 두었다 필요할 때 찾아 쓸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가령 연간 22일의 휴가를 쓸 수 있는 공무원의 경우 2년분의 휴가를 저축해서 44일짜리 휴가 계획을 세워 해외 배낭여행이나 어학연수,국토순례,자원봉사 활동 등 평소 꼭 해보고 싶었던 일들을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물론,업무 공백의 장기화에 따른 문제점들이 있겠지만 찾아보면 해결 방안도 있을 것이다.

오늘날과 같은 빠른 시대의 변화 속도를 따라잡기는 숨가쁘고 어려운 일이지만,그럴수록 여유를 찾아 재충전할 필요가 있다.

오죽하면 세상에서 가장 바쁜 사람 중 한 명인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 같은 이도 일년에 두 번씩은 반드시 '생각주간(thinking week)'을 갖는다고 하는데,이는 10년 후를 계획하고 정보화 사회를 넘어 과연 어떤 세상이 도래할지 진지하게 고민하고 대비하기 위해서란다.

그런 의미에서 필자는 '휴가통장제도'를 잘 도입해 활용하고 세상을 더 넓고 크게 보며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다양하고 멋진 휴가를 즐기는 세상을 꿈꾼다.

문득,동생의 흥분에 들뜬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언니,올해 휴가 정말 최고였어. 성수기를 피해 아이들 학교에 현장 체험학습 신청을 해서 온 가족이 국토순례를 했는데,아이들에게 아름다운 우리 강산을 두루 보게 한 것은 정말 멋진 선택이었어. 이 모두가 애들 아빠의 휴가통장 덕분이었다고! 휴가통장 만세야,만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