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티 에이징<노화속도 늦추기> & 헬시 에이징<건강하게 늙기>

의학자들이 계산한 인간의 최대 수명은 120세.유전자 길이가 짧아지는 속도,손상된 유전자를 복구하는 능력,뇌의 무게(사고능력),위생상태 등을 다른 포유류 및 조류 등과 비교해 얻은 수치다.

실제로 1997년 타계한 프랑스 장 클라멍 할머니는 122년 5개월을 살았다.

'인생 100세'는 꿈이 아닌 현실인 셈이다.

요즘 시니어 계층의 최대 관심이 앤티에이징(anti aging)인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마음은 청춘 같고 체력과 재력도 있는데 걸핏하면 아프고 주름과 검버섯이 얼굴과 피부를 뒤덮는 현실은 삶의 회의를 느끼게 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한국인의 평균수명은 78.6세지만 건강수명은 68.6세로 인생의 10년을 질병 속에서 살고 있다.

때문에 태어나 임종 직전까지 건강하게 사는 직사각형 같은 삶을 의미하는 '렉탱귤러 라이프 (rectangular life)'는 50세를 넘어선 시니어 계층의 공통된 욕구다.

'9988234'(99세까지 팔팔하게 살다가 2,3일만 앓다 죽자)는 중·장년층 모임의 공통된 구호가 되었다.

건강검진이 보다 정밀화,고급화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2003년 10월 개원한 서울대병원 강남센터의 경우 1명당 평균 검진비용이 130만원에 달하는데도 이용자가 2004년 1만8000명에서 지난해 3만4000명으로 급증했다.

올해는 4만명을 넘어설 것이라는 게 병원 측의 관측이다.

덕분에 이 병원과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등 이른바 '건진 빅3'병원의 올 매출은 11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케냐 마사이족의 걷기방식인 '마사이워킹'이 시니어 계층에 확산되고 고급 헬스클럽도 50대 이상이 이미 점령했다.

한동길 매리어트호텔 헬스클럽 수석트레이너는 "2000년 개소 당시에는 하루 평균 시니어 이용자 수가 700명 선에 불과했으나 현재는 1400명을 넘었다"며 "성공한 시니어들이 짬을 내어 체력단련에 나서는 것은 사업 못지 않게 웰빙을 추구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그는 "운동만큼 비용·시간 대비 효과적인 건강증진 수단은 없다"고 강조했다.

노화방지 클리닉도 붐이다.

실버성형의 대상은 쌍꺼풀 만들기,주름 제거,자가지방이식,기미·주근깨 제거 등 20,30대 자녀층과 다르지 않다.

서울 강남에서는 요즘 부부 동반 해외여행을 앞두고 성형외과와 피부과를 찾는 게 유행이 되고 있다.

해외여행에서 보다 근사한 모습의 사진을 추억으로 남기고 싶다는 바람에서다.

실제 대한피부과의사회가 피부미용 전문 피부과를 찾은 환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50대 고객이 가장 가파르게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석준 서울 신사동 리젠 성형외과 원장은 "피부과와 성형외과를 합쳐 3조원 이상의 미용의료 시장이 형성돼 있다"며 "50대 이후가 성형 및 피부미용 수요자에 가세함으로써 시장이 최소 10% 이상 더 커질 것 같다"고 말했다.

'젊음을 되찾아주는 슈퍼호르몬'으로 불리는 성장호르몬을 비롯 성(性)호르몬 멜라토닌 DHEA 항산화제 등에 대한 시니어 계층의 관심도 날로 높아가고있다.

권용욱 AG클리닉 원장은 "성장호르몬은 20대에 절정을 이룬 다음 10년마다 14.4%씩 감소해 60대가 되면 20대의 절반 이하로 떨어진다"며 "근력감퇴 성욕저하 골다공증 고지혈증 우울증 등 갱년기 증상은 성장호르몬의 감소 탓이 크기 때문에 호르몬주사제를 맞으려는 환자가 매년 10∼20%씩 늘고 있다"고 전했다.

자연히 제약업계의 개발 및 마케팅 초점도 항노화 의약품에 집중되고있다.

일 주일당 한 번 맞으면 충분한 서구형 성장호르몬 주사제인 '디클라제'(LG생명과학),녹십자의 푸르설타민(비타민 B1)주사제가 대표격이다.

태반주사제인 '라이넥'과 '그린플라'도 갱년기 증상 및 노화억제를 비롯 피로회복,간기능개선,관절통 완화,피부미백과 탄력증진 등의 효과가 있다고 알려지면서 찾는 이가 꾸준히 늘고 있다.

대웅제약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자체 합성한 항산화제 '코엔자임-Q10'을 항노화 성인병예방 분야의 국민의약품으로 띄우기 위해 총력전을 펴고 있다.

제2의 우루사로 육성한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미국 의학자인 앤드루 와일은 그의 저서 '헬시 에이징(healthy aging)'에서 앤티 에이징 못지않게 품위있게 나이를 먹는 헬시 에이징을 강조한다.

나이 먹는 것은 재앙이 아니며 노화를 기꺼이 받아들이는 마음과 영혼의 관리도 더불어 해야 한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50대에 몸짱 얼짱을 찾는 뒤늦은 공주.왕자병에 대한 문제 제기인 셈이다.

노화의 속도를 최대한 늦추는 노력에 나이먹는 미덕을 더해주는 '러브 에이지'의 슬기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