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젊은 벗들, 통일이 그대에겐 무엇인가?

부산지역의 한 인문계 고등학교에서 최근 이런 설문조사를 했다.

"통일을 원하는가."

고3 학생 102명 중 원한다는 사람은 18명 밖에 없었다.'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다'가 57명,'원하지 않는다'가 27명이었다. 이번 6월25일은 한국전쟁이 터진 지 57주년. 어떤 조사에 의하면 상당수 학생들이 '6·25는 조선시대에 일어난 사건'이라고 응답할 정도로 과거의 일이 돼 있다. 휴전은 무엇이며 왜 우리는 통일 문제를 놓고 고민해야 할까.

◆휴전이란 무엇인가

한국전쟁은 1953년 휴전으로 일단락됐다. 휴전 협정에 서명한 것은 유엔,중국,북한이었다. 대한민국 정치인들과 국군은 통일을 완수해야 한다는 이유로 서명을 거부했다. 휴전은 말그대로 '전쟁을 잠시 쉰다'는 뜻이다. 종전된 게 아니기 때문에 한반도는 여전히 군사 대치 상황이다. 교전 당사자인 미국,유엔,대한민국 등 남측 진영과 북한,중국,소련 등 북측 진영 간에는 일부 화해가 이루어졌다. 그러나 미국과 북한은 여전히 '적국' 관계다.

◆휴전 57년 동안의 변화

[Focus] 젊은 벗들, 통일이 그대에겐 무엇인가?

휴전 기간 엄청난 변화가 나타났다. 한국은 국민소득이 2만달러에 육박할 정도로 급성장한 반면,북한은 지구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의 하나로 전락해 버리고 말았다. 당초 북한은 남쪽에 비해 훨씬 공업화된 지역이었으나 이 역시 완전히 역전되었다. 정치 분야에서는 더욱 남북의 격차가 벌어졌다. 남쪽은 개발독재 기간의 경제적 준비과정을 거쳐 정치적으로도 완전한 근대적 민주국가로 발전했으나 북한은 여전히 지구에서 가장 폭압적인 독재 정권을 유지하고 있다. 경제의 후진성이 정치적 봉건성과 결합하면서 사회 전체가 고립되고 폐쇄적인 국가로 되고 말았다.

최근 중국 측의 한 연구조사에 의하면 중국 당국이 체포해 북한으로 되돌려 보내는 탈북자만도 해마다 5000명에 달할 정도다. 실제 체포되지 않고 중국과 러시아 동남아 등지를 배회하는 사람들을 고려하면 이미 정상적인 국가 기능이 마비되었다고 보는 것이 맞다. 바로 그 때문에 북한은 내부 단속과 체제수호를 위해 더욱 강경해지고 있고 최근에는 핵무기를 통해 국제적으로 체제 안정을 보장받으려는 시도를 감행하기에 이르렀다.

북한의 국방비는 2005년 기준으로 55억달러였다. 액수는 우리보다 적지만 열악한 경제 상황에서 전체 GDP(국내총생산)의 25%를 군사비에 투입했다. (우리는 GDP의 3% 이하) 우리는 남북간 군사 충돌뿐 아니라 경제 파탄으로 인한 북한체제의 붕괴 위험까지 안은 채 살고 있다. 북한 체제의 붕괴는 대규모 난민과 북한 내부의 군사적 동요 등 예측할 수 없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휴전에서 평화체제로

한반도의 이 같은 정치적 리스크를 낮추기 위해서는 북한 경제를 정상화시키고 6·25 이후 지속돼온 휴전체제를 평화체제로 바꿔야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이를 위한 최근의 대표적인 협상 틀이 6자회담이다. 6자회담은 좁게는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협의체지만 결국 휴전 체제를 해체하고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틀로서 기능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한반도 주변 4개국이 공동으로 북한을 인정하고 이를 통해 안정보장 체제를 확립한다는 구도다.

북한의 핵폐기가 선제돼야 하는 이유는 북한이 핵무기 개발을 계속하는 한 미국과의 적대관계 청산,경제 회생,국제사회 편입이 어렵기 때문이다. 북한은 지난해 10월 핵실험을 강행한 후 유엔의 경제 제재를 받고 있는데 이는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하지 않겠다는 국제적인 약속을 어겼기 때문이다. 북한은 핵비확산조약(NPT)에 가입한 후 핵무기를 만든 유일한 나라다.

북한 핵 문제가 복잡해지는 이유는 북한이 핵무장을 하면 동북아 전체가 경쟁적인 군비확장 게임에 볼입하게 되고,이는 결국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에 심각한 변화를 줄 것이라는 점도 중요한 고려사항이다.

◆통일에 대한 생각들

[Focus] 젊은 벗들, 통일이 그대에겐 무엇인가?

한반도의 휴전이 종전으로 바뀌어 평화 체제가 수립되고 북한의 경제가 정상화되면 한반도 안보 위협은 급격히 줄어들 수 있다. 그후 통일을 추구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선 사람마다 생각하는 바가 다를 수 있다. 통일은 분단된 상황을 원래 상태로 돌린다는 점에서 의문의 여지가 없는 역사적 당위성을 갖고 있다.

그러나 통일을 보는 관점과 시간표는 사람에 따라 크게 다르다. "무조건 통일"을 주장하는 민족주의적 정서가 강력하게 작용하는 한편에서는 민족 공동체의 민주적 질서와 개방적 체제가 전제되지 않는 통일은 의미가 없다는 주장도 적지 않다. 통일 자체보다 어떤 통일이냐가 더욱 중요하다는 것이다.

통일의 방법론과 시간표에 대해서도 견해가 엇갈린다. 한국이 세계 10위권 경제 대국인 반면 북한은 1인당 국민소득이 500달러 안팎으로 추정되는 세계 최빈국 수준이 된 상황에서 급작스런 통일이 엄청난 혼란을 불러일으킬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우리가 어느 정도까지 감내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는 정확한 예측과 국민들의 정치적 판단이 모두 필요한 고도로 어려운 문제다.

통일은 정치,경제,사회,문화를 아우르는 종합적 개념이다. 남과 북은 1992년 남북기본 합의서와 2000년 6·15 공동선언을 통해 서로의 체제를 인정하기로 일단 약속한 바 있다. 한반도에 두 개의 국가와 정권이 있음을 받아들였다는 말이기도 하다. 이 다른 두 국가를 하나로 합치는 일이기 때문에 결코 통합 작업이 쉽지는 않다. 한두 개 기업을 합치는 일도 수년씩 걸리곤 한다. 남북은 8000만의 큰 인구다. 몇 년이 걸려야 실질적인 통일이 이루어질지 예상조차 힘들다.

때문에 일부 정치인과 학자들은 '낮은 단계의 연방제'나 '국가연합제' 등을 통일의 대안으로 제안하고 있다. 연방제는 단일 주권국가 안에 지방정부가 있어 중앙정부가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자치권을 행사할 수 있는 국가형태이고,국가연합은 두 개 이상의 주권국가가 어떤 연합기구를 만들어 쌍방이 합의한 제한된 범위 안에서만 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복합국가다. 그러나 2차대전 후 서독과 동독으로 나뉘어진 정부가 동독의 붕괴로 1990년 다시 하나로 합쳐졌듯이,통일은 국제 정세의 급변과 예상치 못한 계기로 갑작스레 찾아올 수도 있다.

정지영 한국경제 기자 co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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