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 수성구는 '대구의 강남'으로 불린다.

새로 개발된 택지개발지구 등에 중산층들이 모여 살고 있는 데다 학군이 좋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행정 및 금융기관들도 수성구 일대에 몰려있다.

이처럼 수성구가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로 편리한 교통을 꼽을 수 있다.

재작년 10월 대구지하철 2호선이 개통된 데다 도심과 달리 넓은 도로망이 사통팔달로 뻗어있다.

학군은 수성구가 대구의 강남으로 자리잡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전통 명문 학교인 경북고를 비롯 경신고 덕원고 등 신흥 명문 사립고교들이 탄생하면서 수성구는 '대구의 8학군'으로 자리잡았다.

특히 수성구 시지지구엔 2009년 국제학교까지 들어설 예정이어서 학군 메리트는 지속될 전망이다.

수성구 두산동과 황금동을 잇는 '들안길'은 대구를 대표하는 먹거리 상권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10년 전부터 형성된 들안길 일대에는 왕복 8차선 대로변 양쪽에 100평 안팎의 대형 음식점 100여개가 밀집돼 있다.

칼국수 감자탕에서부터 일식,양식 레스토랑 등에 이르기까지 업종이 다양하다.

이들 음식점은 대략 대지 200∼400평에 100평 안팎의 매장과 주차장을 갖추고 있다.

점포 시세는 비싼 편이다.

권리금 1억~3억원,보증금 5000만~1억원 선이며 월세는 200만∼300만원 수준이다.

들안길에서 장사하려면 최소한 창업자금 3억원은 있어야 한다는 게 주변 상인들의 말이다.

100평 규모의 한우 고깃집을 운영하는 김정옥 사장은 "객단가(1인당 소비지출액)는 3만원으로 월 평균 매출이 5500만원 정도"라며 "장사가 잘 될 때는 하루 평균 50팀 정도 오고 단골손님 위주라 크게 힘든 것은 없다"고 말했다.

80평 규모의 '부선' 일식집은 보증금 1억원에 월세 400만원 수준으로 월세가 주변 상가에 비해 조금 비싸지만 객단가도 3만5000원으로 인근 음식점에 비해 약간 높은 편이다.

하루 평균 매출은 170만원 선.권기현 부선 사장은 "이 일대는 대구뿐 아니라 경북 지역에서도 유명한 먹자골목 중 하나"라며 "소문을 듣고 일부러 먹기 위해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고 주중에는 직장인들의 회식 장소로 이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5월 문을 연 뒤 올 들어 매출이 10%가량 줄었지만 극심한 불황을 겪고 있는 대구지역에서는 그나마 괜찮은 편"이라고 덧붙였다.

대구 수성구가 수시로 축제 등을 열어 들안길을 홍보하는 것도 상인들에게는 큰 힘이 되고 있다.

스파게티 전문점 'BIN'의 김기수 사장은 "구청이 나서서 특색 있는 음식점들을 홍보한 것도 도움이 됐다"며 "먹거리가 가게마다 전문화돼 있어 다른 상권에 비해 경쟁력은 충분하지만 차를 가지고 오는 손님이 대부분이어서 100평 이하 가게는 고전하기 십상"이라고 말했다.

150평 규모인 이 가게의 시세는 권리금 2억원에 보증금 1억원이다.

월세는 200만원 정도.주말에는 연인들이 많이 찾아 평일에 비해 두 배 정도 매출이 늘어난다.

객단가는 2만6000∼3만원.

들안길 대로변에 위치한 음식점들은 단골손님이 지속적으로 오면서 비교적 안정된 수익을 올리고 있으나 이면골목으로 들어간 소형 음식점이나 의류점은 매출부진의 늪에 빠져 있다.

이면골목에는 단독주택들이 몰려 있어 동네상권이 형성돼 있긴 하지만 들안길 상권에 밀려 '이삭줍기'에 불과한 실정이다.

실제 먹자타운 일대 업소 중 가게를 내놓은 곳이 20%에 이른다는 게 현지 부동산가의 추산이다.

김길수 '꿀돼지' 사장은 "들안길로 손님들이 가버려 주택가 내 상점은 가게 빠질 날만 기다린다"며 "동네 사람들도 조금 더 걸어 들안길로 나가기 때문에 평일에 3∼4팀 오면 많이 오는 편"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B의류점 관계자는 "주로 밤 일 하러 나가는 유흥업소 여자들이 모여 살고 있는 곳"이라며 "주변에 이런 여성들을 타깃으로 하는 의류점들이 들어서 일반인들이 옷을 사러 오는 경우는 드물다"고 말했다.

주말에는 거의 문을 닫는 의류가게가 많다.

최근 들안길 주변에 주상복합 건물과 아파트가 잇따라 들어서 이 상권에 호재가 될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른 상황이다.

김석철 디엔티 부동산 대표는 "주상복합 건물인 대우 트럼프월드(1000가구)가 내달부터 입주를 시작할 예정이고 롯데캐슬(4300가구)은 입주가 완료된 상태"라며 "주상복합 건물 저층의 상가 평당 분양가가 2000만원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주상복합 건물이 잇따라 들어서면서 이 일대가 외식·유흥 상권에서 근린상권으로 서서히 바뀔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상했다.

대구=장성호/황경남 기자 ja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