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기사는 BizⓝCEO 기획특별판 입니다 >

"오늘날과 같은 경영환경에서 CEO가 되기를 원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오늘날의 CEO는 퍼붓는 총탄 속을 포복으로 기어가는 병사와 같다."

미국 최대 규모의 주택ㆍ생활용품 매장인 '홈 데포(Home Depot)'의 공동 설립자인 버니 마커스는 갈수록 치열해지는 생존 경쟁에서 하루하루를 보내는 CEO들의 위기감을 이렇게 표현했다.

아무도 넘볼수 없는 권위로 똘똘 뭉친 카리스마가 CEO의 요건이던 시대는 지났다.

하드웨어보다는 소프트웨어가 기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시대로 바뀐 때문이다.

이제 CEO에겐 부드럽고 감성적인 리더십이 필요하다.

끌어안고, 보듬고, 격려하고, 준비시킴으로써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내는 리더십이 그 요체다.

기업을 둘러싼 각종 변수의 변화 속도가 갈수록 빨라지는 요즘, 시대에 조금이라도 뒤진다는 것은 곧 생존 경쟁에서의 탈락을 의미한다.

현대사회로 갈수록 IQ보다는 EQ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가고 있는 것도 경영자에게 '감성'이 중요시 되는 이유다.

감성에너지는 조직의 부정적 에너지를 긍정적으로 변환시키는 원동력이다.

열정 있는 행동은 기대 이상의 성과를 올리며 자기평가 및 만족도를 높이게 된다.

감성경영이 접목돼야 하는 이유는 현대사회가 급속히 디지털 화 돼간다는 데 있다.

디지털 시대는 인간의 감각적 요소들을 자극해 질 높은 삶을 추구하는 게 목적이다.

인간의 오감(五感)을 만족시킬 수 있는 정서적 마케팅은 바로 감성경영에서 시작된다.

과거에는 품질, 가격, 기술 등 이성적이거나, 합리적인 판단에 근거하는 '비교 경쟁력'이 경제전쟁의 핵심 요소였다면 앞으로는 '디자인, 브랜드' 등 사람들의 감성과 미적 취향 등 '소프트 경쟁력'이 핵심 요소로 떠오를 것이 분명하다.

명품 선글라스의 대명사인 오클리를 예로 들어보자.오클리는 안경다리 부분에 MP3플레이어가 내장된 선글라스를 개발하는 '파격'을 통해 '눈에 음악이 흐른다'는 새로운 개념을 이끌어 낸 회사.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영역을 흡수해 소비자들의 니즈(Needs)를 충족시켰다.

오클리의 성공은 경영학의 새로운 키워드인 '사람들의 오감을 자극하라'는 개념이 현실에 접목된 대표적인 사례다.

국가간 기술격차가 점차 좁아지고 가격경쟁이 날로 치열해지는 글로벌 시장에서 예전처럼 기술이나 품질만으로 승부하려는 시도는 무모해졌다.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글로벌 일류기업들은 대부분 우수한 인재와 혁신적인 디자인, 창조적인 브랜드 이미지 등 차별화 된 소프트 경쟁력을 바탕에 깔고 있다.

반도체와 철강, 자동차 등 10대 기간산업을 대상으로 한국과 중국, 일본의 기술경쟁력을 조사한 결과 한국은 중국에 3.8년 앞서 있고, 일본에는 2.2년 뒤져 있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

하지만 주요 산업의 경쟁력 차이가 갈수록 좁혀져 6년만 지나면 격차는 사실상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도 동시에 나오고 있다.

종잇장처럼 좁혀지고 있는 기술력만으로 먹고 사는 시대는 이미 한계상황에 직면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기술은 언제든 복제되거나 추월당할 수 있지만 사람들의 뇌에 박힌 제품에 대한 이미지는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이미 제조기술에 의존한 성장등식으로는 한계에 도달했다.

미국, 유럽, 일본의 초일류 상품과 사활을 건 경쟁을 펼치는 무대의 마지막 승부수는 지구촌 소비자들의 눈과 귀를 한 번 더 잡을 수 있는 소프트 경쟁력이다.

일류기업과 마찬가지로 중소기업의 최종목표 역시 '고객의 오감만족'으로 이어진다.

찰스 다윈의 말처럼 살아남는 것은 크고 강한 종(種)이 아니다.

변화하는 종만이 살아남는다.

기득권에 묻히기보다는 변화를 즐길 줄 알아야 한다.

소비자들이 원하는 '이야기가 있는 상품'을 공급하면서 그 속에 '감성 바이러스'를 담아낼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한 시기가 된 것이다.

양승현 기자 yangs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