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달러화는 세계의 기축통화다.

'기축(基軸)'이란 중심축을 가리키는 말이다.

유로화나 엔화도 기축통화 대접을 받지만 그 위상은 여전히 달러에 훨씬 못 미친다.

달러화는 '통화 위의 통화'가 됐고 돈을 환산할 수 있는 모든 가치를 표시하는 수단이 됐다.

이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 경제대국으로 부상한 미국이 통화·금융의 헤게모니(주도권)를 쥐면서 오늘날과 같은 달러화의 위상을 갖게 된 것이다.

각국의 돈값(통화가치)을 의미하는 환율도 달러당 그 나라 화폐를 얼마나 교환할 수 있는가를 나타내는 것이다.

국민총생산(GDP)·국민소득·수출·무역수지·외환보유액 등에서부터 원유,철강 등 원자재나 금,다이아몬드 같은 귀금속 가격도 모두 달러로 표시된다.

즉 달러화는 거리,무게를 나타내는 미터법처럼 돈에 관한 한 '세계의 도량형'인 셈이다.

달러에 얽힌 이야기들을 풀어본다.


◆달러에 얽힌 이야기들

달러($)라는 이름은 본래 보헤미아 지방에서 쓰던 '탈러(thaler)'에서 왔다.

16세기초 체코에 은광이 있던 요하임스탈러에서 만들어진 최초의 은화가 요하임스탈러였고 이를 줄여 '탈러'로 부르게 됐다.

캐나다 호주 홍콩 싱가포르 대만 말레이시아 에티오피아 등 세계 20여개국에서 통용되는 통화가 달러이며,흔히 달러라고 하면 미국 달러화를 의미한다.

달러 지폐속 인물은 초대 대통령인 조지 워싱턴(1달러),3대 대통령 토머스 제퍼슨(2달러),16대 대통령 에이브러햄 링컨(5달러),초대 재무장관인 알렉산더 해밀턴(10달러),7대 대통령 앤드루 잭슨(20달러),18대 대통령 율리시스 심슨 그랜트(50달러),정치가 겸 과학자인 벤저민 프랭클린(100달러) 등이다.

달러화 지폐 그림에서 가장 논란이 되는 것이 1달러 지폐 뒷면에 그려진 피라미드 꼭대기의 눈이다.

진리의 눈으로 불리며 고대 이집트의 태양신 '라'를 나타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1달러 지폐는 대공황을 겪던 1930년대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 시절에 만들어졌는데 이 지폐 도안에 대해선 뚜렷한 설명이 없다.

때문에 할리우드 영화 '내셔널 트레저'는 피라미드 그림에 얽힌 음모와 보물찾기를 소재로 삼고 있다.

피라미드 주위의 라틴어 문구("신은 우리에게 번영을 약속했다" "신세계질서")가 극비결사 프리메이슨의 일파인 일루미나티(계몽이란 뜻)와 연관돼 있다는 음모론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믿거나 말거나 수준이다.

◆달러는 어떻게 세계를 지배하게 됐나

2차대전 이전까지는 파운드화가 '해가 지지 않는 제국'이라는 영국의 위상에 힘입어 세계 공식화폐로 통용됐다.

방대한 식민지를 갖고 있어 세계 무역을 주도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1944년 브레튼우즈 체제가 출범,IMF(국제통화기금)가 설립되면서 각국 통화 환율을 고정된 범위(±1%)로 유지하도록 한 의무규정이 부과된다.

이 같은 안정적인 통화가치를 유지하는 데 가장 유리한 조건을 갖춘 것이 미국(세계 최대 금 보유국)이었다.

달러화가 파운드화를 밀어내고 세계의 공용통화가 된 것이다.

달러화는 금으로 가치가 유지(금 태환)됐으나 1960년대 베트남전으로 인한 국가채무 급증과 독일·일본경제의 부상으로 1973년 닉슨 당시 미 대통령은 금 태환 정지를 선언한다.

달러화의 지위가 흔들리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뒤이은 오일쇼크는 달러화에 다시 힘을 불어넣는다.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산유국들이 원유값을 몇 배씩 인상하면서 달러로만 수출하기로 합의한 것이다.

그 결과 금으로 보증되던 달러가 사실상 석유로 보증돼 세계적으로 엄청난 달러화 수요를 유발했다.

◆도전받는 달러화

미국 경제는 1980년대 일본의 도전을 받았지만 1990년대 냉전종식과 정보화혁명을 계기로 다시금 세계 유일의 강대국으로 자리매김했다.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는 미국 달러화의 위력을 새삼 실감케 한 사건이다.

하지만 미국 일본에 밀려 갈수록 위축되던 유럽 각국이 2002년 단일 통화인 유로화 체제를 출범하면서 판도에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독일 영국 프랑스 등으로 나뉘었을 때는 비교 대상이 아니었지만 하나로 뭉쳤을 때 국제 통화질서에 상당한 변화를 몰고 온 것이다.

특히 지난해 말 현재 유로화 표시 채권 발행규모는 4조8360억달러로 달러화 표시 채권(3조8920억달러)을 2년째 앞질렀다.

또 중국 러시아 등 개도국들이 달러화 일변도였던 외환보유액을 유로화로 다변화하는 움직임도 달러약세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달러화가 여전히 세계 중심통화의 위상을 유지하고 있지만 앞으로 유로화와의 각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오형규 한국경제신문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ohk@hankyung.com


■ 달러 환산 물가기준

세계적으로 많이 팔리는 특정 제품 가격을 달러로 환산해 각국의 환율과 물가수준을 비교하는 시도들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이는 한 상품 가격은 세계 어디서나 같다는 '일물일가(一物一價)' 원칙을 전제로 한 산출방식이다.

대표적인 것이 '빅맥지수'(Big Mac index).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1986년부터 세계 120개국에서 판매되는 미국 맥도날드 햄버거 주력제품인 빅맥 가격을 달러로 환산해 미국 내 가격과 비교해 매년 발표하고 있다.

빅맥은 품질·크기·재료가 표준화돼 있으므로 그 가격을 비교해 보면,환율은 각국 통화 구매력에 의해 결정된다는 구매력평가설을 뒷받침할 수 있다는 데서 출발한 것이다.

지난해 빅맥지수를 보면 미국의 빅맥가격이 3.10달러인데 가장 비싼 스위스는 5.21달러에 달했고 한국은 조사대상 32개국 중 14번째인 2.62달러였다.

빅맥지수를 활용한 적정 환율 계산법을 예로 들면 이렇다.

현재 국내 빅맥 값이 2900원이고 원·달러 환율은 936.8원(18일 현재)이다.

미국의 빅맥 값이 3달러라면 한국의 빅맥환율은 966.7원(2900원÷3달러)이 된다.

따라서 실제 환율은 빅맥환율에 비해 30원가량(약 3.1%) 고평가돼 있다고 보는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환산한 빅맥환율은 각국의 인건비,세금,경쟁업체 등 다른 가격결정 요인이 무시된 것이어서 단순히 참고자료로만 활용된다.

빅맥지수와 견줄 수 있는 것으로 애니콜지수 초코파이지수가 등장했다.

홍콩에서 발행되는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은 2005년 세계적으로 1000만대 이상 팔린 삼성전자의 애니콜 휴대폰(모델명 SGH-D500) 가격을 세계 주요 도시와 비교한 애니콜지수를 보도한 데 이어 블루블랙폰(SGH-D500)지수까지 소개했다.

이 신문은 주말섹션에서 애니콜 외에 하인즈케첩,기네스맥주,롤렉스시계 등의 가격 비교를 시도하기도 했다.

제과업체인 오리온도 세계 60여개국에 수출되는 초코파이 가격(12개들이 한 상자)을 달러화로 환산한 초코파이지수를 개발해 발표했다.

또 영국의 대표 경제신문 파이낸셜타임스는 세계 주요 도시 물가를 비교하는 방법으로 김치지수(김치찌개 가격 비교)가 부상하고 있다고 보도해 눈길을 끌었다.

이 밖에 글로벌 기업인 스타벅스 커피점에서 제일 많이 팔리는 카페라테 가격을 비교한 카페라테지수도 있다.

그러나 스타벅스의 커피가 유독 한국에서만 비싸게 팔리는 특수 요인 탓에 환율 비교로는 부적절한 것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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