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의 경제학
달러의 역사는 20세기 이후 세계 금융·통화의 역사와 거의 일치한다.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인 미국의 돈이란 점에서 세계경제의 가장 기본적인 통용수단이기도 하다.

세계 어디를 여행하든 달러만 있으면 별 문제가 없다.

그래서 세계에서 위조지폐가 가장 많이 발견되는화폐도 미국 달러화이다.

국가의 부(富)나 국민소득을 재는 척도가 달러이고, 제3국과의 수출입 대금 결제도 대부분 달러로 이뤄진다.

우리나라가 외환위기를 겪은 것은 바로 달러가 부족해서였다.

국제금융시장에서 시시각각 움직이는 달러화의 가치는 세계 각국의 통화가치,즉 환율에 즉각 영향을 미친다.

환율이란 1달러에 대한 각국 통화의 교환비율이기 때문이다.

급격한 환율 등락으로 인한 경제불안을 줄이기 위해 아예 자국의 통화가치를 달러화에 고정시켜 놓는 '달러페그제'를 시행하는 나라들도 많다.

예를 들어 홍콩 달러가 그렇다.

나라경제를 운용하거나 기업이 경영계획을 짤 때도 달러를 모르고선 아예 불가능하다.

내년 환율이 어떻게 움직일지에 대한 전제가 있어야 나라 예산을 짤 수 있고,기업은 매출,손익,금융비용 등을 계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달러를 모르면 경제가 돌아가는 흐름을 파악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한국 경제가 최근 2년간 고(高)유가로 몸살을 앓았지만 그런대로 인플레이션 없이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원·달러 환율의 지속적인 하락이 유가 상승으로 인한 부담을 상당부분 상쇄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오늘날 경제흐름은 결국 달러로 시작해서 달러로 끝을 맺는 셈이다.

하지만 유럽통합과 유로화 출범,'약한 달러' 지속 등으로 인해 달러의 위상이 다소 흔들린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달러 약세를 미국경제 몰락의 전주곡이라고까지 확대해석하기도 한다.

과연 그럴까? 달러에 의해 짜여진 국제경제 질서 자체가 유지되는 한,달러의 위력은 그리 달라지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달러의 경제학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자.

오형규 한국경제신문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o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