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와튼스쿨 교수이자 사회비평가인 제러미 리프킨이 '노동의 종말'이라는 저서에서 '20 대 80의 사회' 도래를 경고한 것은 1995년이었다.

소득 상위 20%만 부유층으로 편입하고 그렇지 못한 80%는 빈곤층으로 전락하고 말 것이라는 불길한 시나리오다.

그로부터 10여년.그의 예측은 한국에서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한국의 중산층은 1997년 64.8%였지만 2005년에는 59.5%로 줄어들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에 따른 계산이다.

그러면 사라진 중산층은 어디로 갔을까.

3분의 1만이 상위층으로 이동했을 뿐이다.

나머지 3분의 2는 빈곤층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17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다.

리프킨은 '20 대 80의 사회' 배경을 몇 가지로 요약했다.

정보화와 세계화의 급속한 진전,부와 정보의 독점,그리고 산업구조 변화에 따른 고용 감소다.

하지만 한국의 양극화 현상을 설명하기에 그의 논리만으로는 부족하다.

무엇보다 외환위기가 양극화의 시발점이었다는 것이다.

구조조정의 과정에서 무수한 사람들이 삶의 기반을 잃었다.

저성장의 늪에 빠진 경제는 10년간 좌파 성향의 정권을 거치면서 더욱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성장보다 분배를 중시한 정책 탓이다.

참여정부 들어 경제성장률 5%를 달성한 것은 지난해 한 해뿐이다.

잠재성장률은 4% 초반까지 떨어졌다.

당연히 일자리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중산층 몰락과 양극화의 가장 큰 이유다.

여기에 부동산 정책 실패는 중산층에 회생 불능의 타격을 줬다.

참여정부는 양극화 해법을 소득격차 완화에서 찾고 있다.

그러나 이는 출발부터가 잘못이다.

양극화 자체가 중장기적인 경제구조 변화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이다.

분배라는 제로섬 게임은 양극화를 부채질한다.

양극화 해소의 해법은 성장동력을 확충해 중산층을 육성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성장을 통한 일자리 창출만이 중산층 육성의 유일한 방법이다.

기존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큰 정부를 지양하고 시장원리에 입각해 기업 및 가계의 경제활동을 활성화시켜야 한다.

김정호 경제부장 jh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