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 들어 '테마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무작정 유명 관광지만 찾아 다니기보다는 한 가지 주제를 정해 놓고 거기에 맞춰 여행을 하는 것이 훨씬 의미있기 때문이다.

유럽 최고의 테마여행 코스를 꼽으라면 '동화가도'를 빼놓을 수 없다.

하나우에서 브레멘까지 이어진 동화가도는 '브레멘 음악대','피리 부는 사나이','장화 신은 고양이','거위 치는 소녀','잠자는 숲속의 공주' 등 그림 형제가 지은 각종 동화의 배경지들 덕분에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그림 형제의 고향 하나우를 찾아서

하나우는 동화작가인 그림 형제가 태어나고 자라난 마을이다.

대학교수로 재직 중이던 그림 형제는 구전으로 전해지는 옛 민화들을 수집했고,덕분에 성경책 다음으로 많이 번역되었다는 세계 최고의 동화집이 탄생했다.

동화가도의 시작점인 하나우에 가면 그림 형제의 동상과 동화책 원본이 소장된 박물관을 볼 수 있다.

주말마다 슈타이나우 성의 소극장에서 열리는 인형극 역시 그림 형제의 발자취를 좇는 여행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하멜른의 '피리 부는 사나이' 이야기는 사실이다?

하멜른은 '피리 부는 사나이'의 전설로 유명한 도시다.

제분업이 번창했던 하멜른은 항상 쥐 때문에 골치를 썩었는데,어느 날 정체를 알 수 없는 사내가 나타나 피리로 쥐들을 홀려서 강물에 뛰어들게끔 만들었다고 한다.

그러나 약속한 포상금을 받지 못하자 다시 피리를 불어 130명에 달하는 마을 아이들을 이끌고 잠적했다는 것이다.

재밌는 점은 이 전설이 실제 있었던 아이들 실종 사건에서 유래했다는 사실! 하멜른은 도시 전체가 '피리 부는 사나이' 테마로 꾸며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바닥 곳곳에 그려진 쥐 그림과 식당에서 파는 쥐꼬리 모양의 요리가 이색적이다.

동화 속 도시답게 매주 일요일 낮 12시면 '피리 부는 사나이' 무료 공연이 열리며 수요일에는 뮤지컬 '랫츠'가 공연된다.

▶거위 치는 소녀가 왕자를 만난 곳,괴팅겐

동화 '거위 치는 소녀'에서 하녀의 협박을 받아 신분이 뒤바뀐 공주가 거위를 기르며 머문 곳이 괴팅겐이다.

후일 지혜로운 왕 덕분에 소녀는 공주의 지위를 되찾고 왕자와 결혼해 행복하게 살았다고 한다.

괴팅겐 광장에는 '거위 치는 소녀'의 청동상이 세워져 있는데,졸업 시즌이 되면 관습에 따라 동상에 키스를 하려는 괴팅겐 대학생들이 긴 행렬을 이룬다.

괴팅겐은 노벨상 수상자를 30명 넘게 배출한 대학으로 더 유명하다.

가우스,비스마르크,쇼펜하우어가 이곳 학생이었으며 그림 형제가 교수로 재직하기도 했다.

▶브레멘 음악대의 발자취를 따라

그림 형제의 동화 중에서 '브레멘 음악대'처럼 정감 가는 스토리도 드물다.

노후 대책 없이 평생 일만 하다 버림받은 당나귀,개,고양이,닭 네 친구.악단으로 생계를 꾸리자는 천진난만한 꿈을 안고 브레멘으로 떠나는 이들의 이야기는 왠지 애틋하면서도 공감이 간다.

동화가도의 끝을 장식하는 브레멘은 정말 당장이라도 동물들이 뛰어나와 음악을 연주할 것 같은 유쾌한 도시다.

옛 길드하우스로 둘러싸인 광장 한 귀퉁이에서 브레멘 음악대의 동상을 만날 수 있는데,당나귀의 다리를 양손으로 잡고 소원을 빌면 이루어진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브레멘에는 이 외에도 벡스맥주 양조장,소에게 쇼핑거리,슈노르 지구의 미로 같은 골목길 등 볼거리가 풍부하므로 시간을 내서 천천히 둘러보는 것이 좋다.

독일 동화가도를 제대로 보려면 일주일을 투자해도 모자란다.

'빨간 모자'의 배경지 슈발름슈타트,'잠자는 숲속의 공주'가 있던 자바부르크,'라푼젤' 탑을 만날 수 있는 트렌델부르크,신데렐라 성이 위치한 폴레 등 재밌고 아기자기한 마을들이 끝없이 이어지기 때문에 동화가도 테마여행을 떠나는 이들은 누구나 기억에 남을 만한 여행을 하게 될 것이다.

박범진 pineapple@hanafos.com ㆍ 유럽자동차여행 가이드북 '굴러라 유럽'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