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루 … 노천탕 … 얼음동굴 … 추억줍기 대 파노라마

겨울철에 유럽을 가면 볼 게 없지 않을까 하는 걱정은 기우에 불과하다.

겨울에는 그 시즌에만 느낄 수 있는 매력이 있는 법. 스위스만 해도 날씨가 추워져야만 즐길 수 있는 놀거리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꽁꽁 언 이글루에서 밤을 보내거나,눈 내리는 노천탕에 몸을 담근 채 알프스의 공기를 들이키는 자신을 상상해 보라.

꼭 어느 도시를 찾아가서 무엇을 보지 않더라도 평생 기억에 남을 만한 여행을 하게 될 것이다.

▶결코 잊지 못할 이글루 체험

알프스 산중턱에 자리한 이글루(www.iglu-dorf.com)에서의 1박은 평생 기억에 남을 만한 독특한 경험이다. 원래 스키어와 스노보더들이 값싸게 숙소를 해결하고자 만들었으나 점차 인기를 끌면서 오늘날 객실,식당,바,화장실,사우나까지 갖춰진 초대형 얼음 동굴로 재탄생되었다. 눈 속으로 길게 이어진 터널을 따라 들어가면 각종 얼음 조각과 환상적인 조명에 절로 탄성을 내지르게 된다. 요금은 1인당 140~160스위스프랑(1박)으로 다소 비싼 편이지만 아침,저녁 식사와 음료가 포함돼 있다. 생애 두 번 다시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든다는 점을 고려하면 괜찮은 가격이다.

▶청정 공기를 마시며 즐기는 온천


스위스에서 융프라우 산악열차가 유명하다는 것은 누구나 알지만 스위스 온천에 대해 아는 여행자는 드물다. 하지만 온천이야말로 스위스의 명물 중 하나다. 가장 유명한 곳으로 로이커바트를 꼽을 수 있다. 로이커바트는 전 세계 운동선수들이 몰려드는 온천 리조트로 로마시대부터 그 명맥을 이어온 곳이다. 이 지역의 대표적인 온천장은 부르거바트와 알펜테름이다. 부르거바트는 멋진 주변 경관과 노천탕이 일품이고 알펜테름은 현대적인 실내외 온천 시설을 자랑한다. 이용 가격은 3시간에 16~20스위스프랑. 만화 '알프스 소녀 하이디'에서 부잣집 아가씨 클라라가 요양차 방문했던 바드라가츠 역시 치유 효과가 있는 온천으로 유명하다.

▶세계에서 가장 큰 얼음동굴

빙하 감상 포인트로 각광받고 있는 사스페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회전 레스토랑과 얼음 동굴로 잘 알려져 있다. 특히 미텔알라린 봉우리의 얼음 동굴은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얼음 예식장,놀이터,갤러리,얼음 조각 등 볼거리가 풍부하기 때문에 시간을 내서 들러볼 만한 가치가 있다.

▶알프스에서 즐기는 겨울 스포츠

국토의 3분의 2가 산으로 덮여있는 스위스는 전체가 스키장이나 다름없다. 스키나 보드를 조금이라도 탈 줄 아는 여행자라면 알프스의 스키장을 그냥 지나쳐서는 안 된다. 다보스는 알핀 지역에서 해발 고도가 가장 높은 청정 리조트로써 100개가 넘는 스키 슬로프가 운영된다. 나무 썰매의 본산지답게 썰매장만 6군데나 있어 누구나 부담없이 겨울 스포츠를 즐길 수 있다. 1년 365일 스키가 가능한 체르마트에서는 파라마운트 영화사 로고에 등장한 마테호른의 환상적인 전경을 감상할 수 있고,그린델발트 마을의 피르스트 봉우리에 올라서면 스키뿐만 아니라 바흐알프 호수까지 이어지는 아름다운 하이킹 코스를 동시에 만끽할 수 있다. 자그마치 15km에 달하는 피르스트의 눈썰매 코스 역시 빼놓을 수 없는 명물이다.

돈 아끼느라 아무 것도 못하면서 한 달간 여행을 하느니 하고 싶은 것 다하며 일주일간 짧고 굵게 여행을 하는 것이 백배 낫다. 좋은 여행은 단시간에 많은 것을 보는 여행이 아니라 진정 기억에 남는 여행이기 때문이다.

< 박범진 pineapple@hanafos.com,유럽 자동차여행 가이드북 '굴러라 유럽' 저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