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 우주인 후보들, 러'서 이틀째 평가 돌입
'무중력 항공기'탑승..생애 첫 무중력 체험




"깃털처럼 가볍게..공중을 날아다녀요"

마침내 그들에게 우주공간이 성큼 다가왔다.

한국 우주인 예비후보들이 5일(한국시간) 우주의 무중력 상황을 만들어내는 '무중력 항공기' 앞에 섰다.

이들은 고산(30.삼성종합기술원 연구원) 김영민(33.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연구원) 박지영(23.여.한국과학기술원 석사과정) 윤석오(29.한양대 직원) 이소연(28.여.한국과학기술원 박사과정) 이진영(36.공군 편대장) 장준성(25.부천남부경찰서 경위) 최아정(24.서울대 석사과정)씨 등 8명.

우주인 후보 지원자 3만6천여명 중에서 3차례의 평가를 통해 선발된 예비 후보들이다.

러시아 현지에서 이들의 평가과정을 지켜보고 있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 관계자들이 6일 후보들의 둘째날 평가모습을 상세히 전해왔다.

무중력 항공기는 폭 4m, 길이 45m로 미국이나 프랑스 등에 있는 훈련기보다 동체 폭과 길이가 더 크고 내부도 두 배 이상 크다.

약 30명의 인원을 수용할 수 있고 6천m 상공에서 9천m 상공까지 포물선 모양으로 비행을 하며 중력과 원심력이 같아질 때 무중력을 경험할 수 있다.

1회 비행에서 포물선 형태의 비행으로 무중력을 각 25초간 10번 체험하게 된다.

이날은 두번의 탑승으로 총 20회 무중력 체험이 진행됐다.

후보들은 첫날보다 더 이른 시간인 오전 6시 서둘러 가가린 센터로 이동했다.

무중력 비행에 앞서 센터 내에 있는 훈련장에서 교관들로부터 사전 교육을 받고 무중력 항공기가 있는 공항으로 다시 이동했다.

그동안 3차례의 선발과정에서 숱한 평가를 거쳤지만 무중력 항공기 탑승을 앞두고 그 어느 때보다 긴장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한편으로는 처음 접하는 무중력에 대한 기대감에 가슴을 설레기도 했다.

항공기 안에서는 무중력 상태에 익숙해지기 위해 비행기 옆면의 철봉을 잡고 몸의 균형을 잡는 훈련부터 시작, 봉을 잡고 이동하는 훈련, 무중력 공간을 점프해서 수평, 수직, 대각선으로 이동하는 훈련, 줄을 잡고 상하좌우를 오가는 훈련, 우주복을 혼자서 입고 벗는 훈련, 100kg의 짐을 이동하는 훈련 등 약 14가지의 훈련이 이어졌다.

장준성씨는 "좌우로 이동하는 훈련에서 벽을 발로 차고 앞으로 나가야 하는 데 헛발질을 해서 중간에 멈춰버렸다"면서 "물속과 달리 무중력 상태에서는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이동할 수 없기 때문에 우주에서 이런 상태가 되면 죽을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며 무중력을 체험한 소감을 밝혔다.

몸 상태가 별로 좋지 않았던 고산씨는 "항공기 안에서 컨디션을 확인하고 비행에 들어갔다"면서 "무중력 순간 자유낙하, 그네 탈 때의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공군 전투기 편대장인 이진영씨는 공군에서 많은 비행훈련을 했던 만큼 무중력 비행을 비교적 편하게 소화했다고 밝혔다.

박지영씨는 "첫 비행에서는 힘들었는 데 두 번째 땐 편하게 했다"면서 "우주에 나갈 경우에 대비해 운동을 열심히 하겠다"고 했다.

최아정씨도 역시 "두번째 비행에선 무중력에 익숙해졌다"면서 "무중력 상태에서 머리카락이 하나하나 서고 조금만 건드려도 이동하고 사람을 돌리면 공중에서 마구 돌았다"며 무중력 체험담을 전해왔다.

이소연씨는 무중력 체험한 소감에 대해 "어릴 때 액션영화보고 나면 꼭 꿈을 꿨는 데 그게 현실로 나타난 것 같아 신기했다"면서 "내 몸이 가벼워진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한국 우주인 예비후보들은 무중력 항공기 평가에 이어 현지평가 3일째인 6일 오후(한국시간) 가가린우주인훈련센터에서 수중임무 평가과정에 들어갔다.

예비후보들은 무중력 상황과 비슷하게 특수 제작된 대형 수조 속에서 장시간 견디며 신체의 이상 유무, 행동 적합성 등을 집중적으로 평가받았다.

지상에서 무중력 상태를 재현하는 대표적 시설인 수중평가 시설은 지름 23m, 깊이 12m의 대형 수조에서 적절한 부력을 활용해 무중력과 비슷한 환경을 구현한 것으로, 무중력과 80% 정도 유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과기부와 항우연은 오는 25일 국내에서 예비후보 8명 중에서 최종 우주인 후보 2명을 선발할 예정이다.

우주인 후보 2명은 내년 초부터 1년 가량 가가린 센터에서 우주인 훈련을 받게 되며, 이 중 1명이 2008년 4월께 러시아 우주선 소유즈에 탑승, 국제우주정거장(ISS)으로 향한다.

(서울연합뉴스) 이정내 기자 jn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