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에 차가운 휴대폰을 만지면 손이 얼어 문자도 잘 안 써지고 얼굴에 휴대폰을 붙이기가 싫어져요.

휴대폰 키패드나 케이스에 열선을 설치하면 어떨까요?"

"자기가 쓰는 통신사의 요금제를 미리 휴대폰에 입력해 놓으면 알아서 통화요금을 계산해 주는 기능을 넣었으면 좋겠어요.

알뜰한 저에게는 그런 기능이 필요하거든요."

'휴대폰 개발에 고객을 직접 참여시킨다'는 취지로 LG전자가 마련한 '싸이언 프로슈머 모임'의 인터넷 게시판에는 이같이 신세대의 감각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제품 아이디어만 8000여건 이상이 올라와 있다.


LG전자가 전문 연구원의 영역으로만 여겨지던 휴대폰 제품 기획에 고객을 참여시키기 위해 이 모임을 만든 건 지난해 10월. 그 첫번째 성공 사례가 바로 LG전자의 올해 최고 히트상품인 초콜릿폰이다.

복잡한 기능을 과감하게 생략한 심플한 디자인,버튼을 대신한 터치센스 방식 등은 모두 '싸이언 프로슈머' 모임의 의견이 반영된 것. 이 제품은 지난해 11월 국내 출시,올 5월 전 세계 출시 이후 국내외에서 500만대 이상 팔려 나갔다.

초콜릿폰에 이은 야심작으로 지난달 18일 출시된 샤인폰도 고객의 목소리를 담아낸 대표적 프로슈머 제품이다. 샤인폰은 개발 초기부터 휴대폰 주사용고객층인 10∼40대 휴대폰 사용자 200여명을 선정해 소재,기능,이미지 등 지속적인 만족도 조사를 벌였다. 이를 통해 고객들이 가장 선호하는 차별적 가치들을 집대성해 개발됐다.

10대와 20대가 선호하는 독특하고 새로운 이미지와 30대 이상이 선호하는 고급스러운 프리미엄 이미지를 동시에 표현하기 위해 기술적인 어려움에도 불구,제품 전체에 스테인리스스틸 소재를 적용했다. 또 제품 전면부에는 미러 LCD를 적용하는 등 다양한 고객을 동시에 만족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LG전자가 지난 5월 말 출시한 MP3플레이어 '앤 뮤직DMB'도 올해 초부터 활동한 MP3플레이어 프로슈머 '애니아(&ia)'가 제품 컨셉트 단계부터 참여했다. 20세 초중반의 남녀 대학생 10명으로 구성된 애니아는 MP3플레이어에 대한 고객 니즈,시장현황,만족도 등에 대한 조사활동을 실시하고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이러한 의견을 토대로 LG전자의 뮤직 DMB는 DMB 수신,휴대성,미니멀 디자인에 초점을 맞춰 개발돼 현재까지 1만대가 넘게 팔렸다.

LG전자 외에도 LG그룹의 주요 계열사들은 고객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프로슈머 마케팅으로 높은 성과를 내고 있다.

LG화학이 업계 최초로 설립한 '고객 맞춤형 인테리어 디자인 센터'도 건자재 업계에서는 보기 드문 프로슈머 마케팅 성공 사례 중 하나다. LG화학은 주부,건설사 인테리어 담당자 등 고객을 대상으로 정기적으로 실시하는 '인테리어 강좌' 모임에서 고객이 리모델링 시에 인테리어 디자인뿐 아니라 자재 선택까지도 직접 하고 싶어하는 욕구가 많다는 것을 파악했다.

이에 따라 리모델링 인테리어 상담에서부터 자재 선택까지 고객에게 토털서비스를 제공하는 인테리어 디자인 센터를 업계 최초로 열게 된 것. 지난 1월 오픈한 LG화학 데코빌 인테리어 디자인센터는 주부층과 건설사 인테리어 담당자,관련업계 종사자 등이 하루에 100여명이나 다녀갈 정도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LG필립스LCD는 매년 주요 바이어를 대상으로 고객만족 설문 조사를 실시,그 결과를 생산과 제품 기획에 반영하고 있다.

특히 올해 4월에는 '고객가치 실현팀'을 발족해 전사 차원에서 고객의 소리를 경영전략과 조직 시스템 전반에 직접 반영하고 있다.

LG생활건강의 최고급 한방화장품 브랜드 '후'도 '후 멤버스 클럽'이라는 프로슈머 모임을 통해 탄생한 제품이다. 각계에서 성공한 여성들로 구성된 이 클럽에서 LG생활건강은 왕실에 전해져 내려오던 한약재를 활용한 궁중 처방을 화장품에 도입하기로 한 아이디어를 얻었다. '후' 는 수입화장품이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는 백화점 시장에서 토종 명품의 자존심을 세우며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370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에는 두 배 가까이 성장한 680억원의 매출이 예상되고 있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