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정에서 마치 만병통치약처럼 사용되는 것 중의 하나가 파스다.

삔데,멍든데,타박상에는 물론이고 담이 결려도 파스를 붙인다.

통증에는 그만이라는 인식때문이다.

아프지 않더라도 시원하다 해서 붙이는 사람들도 많다.

운동하는 사람들은 더욱 파스를 좋아한다.

조금만 삐끗해도 운동을 해서 풀려 하지 않고 우선 파스부터 찾는다.

파스가 다양하게 쓰이는 것은 약국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일반의약품이기도 하지만,별다른 통증없이 침이나 뜸보다 오랜 시간 자극을 주어 소기의 효과를 거둘 수 있어서일 게다.

의사의 처방없이,경제적인 부담없이 집에서 쉽게 할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으로 꼽히는데 병원찾기가 힘든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마치 '만능약'처럼 통용되고 있기도 하다.

며칠 전 복지부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확연히 드러난다.

지난 한 해 정부로부터 무상의료지원을 받는 의료급여 수급권자 165만명 중에서 38만명이 파스를 처방,조제받았는데 이 가운데 500장 이상 사용자가 무려 2만7000명이나 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빈자(貧者)의 만능약'이라는 말이 통계로 확인된 셈이다.

그렇다고 파스가 과소평가돼서는 결코 안 될 것 같다.

최근에는 우울증을 치료하는 파스가 개발되는가 하면,관절염을 치료하는 파스도 시판되면서 관심을 끌고 있다.

한방파스와 함께 한의학에서 일컫는 경락과 경혈에 파스를 붙여 자극을 일으키는 민간 '파스요법'도 소개되고 있다.

독일어인 파스타(Pasta)에서 유래된 '파스(Pas)'가 국내에서 상품명으로 정착되면서 다양하게 개발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파스의 무분별한 사용이다.

종류가 너무 많아 제대로 알고 쓰지 않으면 부작용이 나타나 뜻하지 않는 화를 입는 경우가 허다해서다.

여행을 할 때는 비상용으로,가정에서는 상비용으로 비치하는 파스가 앞으로도 서민들의 사랑을 받을 것으로 보이는데 무엇보다 파스의 오·남용을 막기 위한 의사와 약사들의 올바른 계도가 선행돼야 할 것 같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