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유업의 차 음료 '몸이 가벼워지는 시간 17차'는 음료업계에서 올해 최고 히트상품으로 꼽히는 제품이다.

통상 '17차'로 불리는 이 제품은 한달에 3000만개 가까이 팔리며 올 들어 8월까지 75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음료 제품의 성공 기준인 연간 300억원 매출을 이미 2배 이상 뛰어넘었고,연말까지 1000억원의 매출을 바라보고 있다.

음료 전문업체가 아닌 유(乳)업체의 제품에 대해 롯데칠성과 같은 국내 굴지의 음료회사에서 모방 상품을 내놓을 정도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17차'의 성공은 2년에 걸친 철저한 제품 준비,전 직원이 동원된 체험 마케팅,빅 모델 전지현을 활용한 광고 등 3박자가 고루 맞아떨어진 결과로 풀이된다.

17차의 제품 컨셉트는 '20대 여성들이 들고 다니며 마시는 다이어트 음료'.기존 녹차 음료 역시 비슷한 컨셉트를 갖고 있지만 '쓰고 떫은 맛' 때문에 거부감을 느끼는 소비자들이 적지 않은 게 단점.남양유업은 녹차 음료의 이 같은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전통차 원료를 여러가지 섞은 '혼합차'로 제품 방향을 정하고,원료로는 녹차 영지 치커리 상황 차가 홍화씨 등 '17'가지를 쓰기로 했다.

타깃 고객층인 20대 여성을 대상으로 한 시제품 테스트에 나섰지만,소비자들이 원하는 맛을 내기란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부드러운 맛이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수용해 혼합 비율을 조정하면 보리차 같다거나,또 다른 방식으로 배합하면 녹차 같다는 반응이 나왔다.

최적의 황금비율을 찾기 위해 2년 동안 실시한 시제품 테스트만 300차례가 넘는다.

이 같은 시행착오 끝에 지난해 3월 제품을 탄생시켰고,제품명으로는 '17가지 재료가 들어간 다이어트 음료'라는 의미의 '몸이 가벼워지는 시간 17차'가 채택됐다.

상표 등록 과정에서는 '17'과 같은 숫자를 제품명으로 쓰는 유사 상품을 막기 위해 '1차'에서 '99차'까지를 모조리 등록하는 '기지'도 발휘했다.

17차 마케팅의 핵심은 '백문불여일음(百聞不如一飮)',즉 '마시게 해서 맛을 알리자'는 체험 마케팅.전 직원을 동원해 출시 초기 6개월 동안 전국 200여개 대학에서 100만개의 제품을 뿌렸고,제품을 가장 먼저 깐 곳도 대학 매점이었다.

타깃 고객층인 20대 여성들이 제품을 들고 다니는 '광고판' 역할을 했다면,TV와 인터넷에서는 국내 최고의 몸짱 연예인 중 한 사람인 전지현이 '홍보 대사' 역할을 했다.

전지현의 몸매를 최대한 돋보이도록 하는 TV 광고와 함께 인터넷에서 매일 '17시17분'에 전지현의 광고 동영상을 클릭하면 추첨을 통해 제품을 무료 제공하는 이벤트도 펼쳤다.

지금까지 누적 클릭 수만 3500만여회에 달하고,이 역시 '17차=다이어트'라는 공식을 전파하는 데 일조했다.

윤성민 기자 smy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