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말의 따뜻한 우정을 그린 '각설탕'에서 임수정은 최고의 기수가 되고자 하는 소녀 '시은'으로 등장한다.

그녀의 소망은 그녀가 입은 기수복으로 표현됐다. 처음 경마장에 등장한 시은은 핑크색 바탕에 하늘색 별모양이 프린트된 기수복을 입었고,2년 뒤 천둥과 함께 재등장했을 때는 노란 바탕에 파란색 불꽃 무늬가 활활 타오르는 문양의 기수복을 입었다.

실제 경마에서 기수복은 영화에서처럼 그 기수를 나타내는 트레이드 마크다. 서울경마장의 기수들은 한국마사회법 경마 규정에 따라 기수 1명당 1종의 복색을 등록하도록 돼 있기 때문에 각각의 복장은 모두 다르고 개성이 넘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기수가 자기 마음대로 개성을 표현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들은 빨강,노랑,보라,초록,흰색,검정 등 10가지 색 가운데 3가지 이내의 색상을 선택해야 한다.

디자인 또한 몇 가지 중 골라야 한다. 가장 인기가 많은 공통적인 문양은 별이다. 스타가 되고 싶다는 기수의 강렬한 의지를 담은 셈이다. 그 다음으로는 다이아몬드,승리를 상징하는 브이(V),낙마를 방지하는 엑스(X) 등도 많이 애용된다.

빠른 속도로 질주하는 경마에서 기수들을 구별할 수 있는 수단이 바로 이 기수복이기 때문에 한번 결정된 복색은 섣불리 바꾸기 어렵다. 하지만 기수복 문양을 바꾸고 싶을 경우엔 매년 경마 개시일 30일 이전에 신청하면 언제든 변경할 수 있다.

정해진 디자인과 색상 중에서 몸체 부분과 소매 부분 도안을 각각 하나씩 선택해야 하고,또 다른 기수의 옷과 비슷하게 디자인된 기수복도 입을 수 없기 때문에 신인 기수들의 경우 색다른 디자인을 찾는 것이 꽤 골치 아픈 일이라고 한다.

이런 기수복에 얽힌 배경을 알고 경마를 관람한다면 주어진 여러 제약 중 자신만의 개성을 찾아내는 기수들의 번뜩이는 아이디어까지 엿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유미하(패션칼럼니스트) mihar@magic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