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엔 샴푸,얼굴엔 페이셜 폼,몸엔 보디 클렌저,손은 핸드워시…. 인체 세정제의 분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전통적인 형태의 '고형 비누(bar-soap)'가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국내 소비자의 생활 수준과 청결 관념이 높아진 데다 신체 부위별로 맞춤식 액상 세정제(liquid type cleanser)가 발달하면서 범용의 고형 비누 사용량이 10년 전에 비해 절반으로 줄어든 것.

19일 비누세제조합 등에 따르면 지난해 고형 비누 출고량은 2만1412t으로 2000년(3만4748t)에 비해 38.4% 줄었다.

10년 전인 1996년(3만8865t)과 비교하면 절반 가까이 줄어든 수치다.

비누세제조합 관계자는 "국내 비누 생산량은 2002년 1만9437t까지 줄었다가 그나마 지난해 아로마 비누,항균 비누 등 기능성 고형 비누의 인기에 힘입어 생산량이 다소 회복된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0년 새 비누 출고량이 반토막 난 반면,같은 기간 몸을 씻을 때 쓰는 액상 보디클렌저의 판매량은 4배,머리를 감을 때 쓰는 샴푸 판매량은 2배 늘었다.

1996년 1472t이던 보디클렌저 판매량은 지난해 6810t으로 증가했고,샴푸도 2만132t에서 2만9803t으로 늘어난 것.

고형 비누의 판매가 줄어드는 것은 액상 세정제에 비해 향과 기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비누 제조업체들에 따르면 고형 비누는 향이 쉽게 날아가 향기 성분을 강화해도 별 소용이 없고,딱딱하게 굳히기 위해 유지(油脂)를 쓰기 때문에 보습·항균 등 기능성 성분을 첨가하기가 쉽지 않다.

반면 비누를 대체해 나가고 있는 액상 세정제는 사용하는 신체 부위와 용도에 따라 기능에 차이를 두고 있다.

예를 들어 얼굴에 쓰는 페이셜 폼은 화장이나 먼지 등으로 모공에 낀 노폐물의 제거와 보습을 주로 고려해 만들어지고,핸드 워시는 손의 남아 있는 세균을 제거하는 항균 성분을 넣는다는 것이다.

황운기 이마트 일상용품팀 바이어는 "집단 식중독 사고 등이 터질 때마다 고형 비누 판매가 줄고,대신 항균 성분 등이 첨가된 핸드 워시 제품의 팔림세가 크게 좋아진다"고 말했다.

위생적이지 못하다는 인식도 고형 비누 판매가 줄어드는 요인이다.

세정제 판매사인 CJ라이온의 김지영 브랜드 매니저는 "고형 비누는 아무래도 여러 사람의 손을 탈 수밖에 없어 맘 놓고 쓰기가 찝찝하다는 인식이 소비자 사이에 퍼져 있다"며 "액상세정제는 용기에 담겨져 각자 필요한 만큼만 짜서 쓰는 제품이라 이런 걱정을 덜어 준다"고 말했다.

차기현 기자 kh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