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圭用 < 환경부차관 lky1030@me.go.kr >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우리나라는 참 행복한 나라이다.

바쁜 업무에 시달리다가 문득 바다 끝 지평선이 보고 싶은 순간 두세 시간 정도만 달려가면 굽이굽이 물결치는 바닷가에 어느새 다다른다.

때마침 바다를 찾은 때가 대하철이라도 될라 치면 펄펄 뛰는 새우를 한 그릇 가득 담아 내놓는 바다마을 인심에 기운이 절로 솟고,여름철 해안가에는 휴가를 맞은 가족들의 웃음소리와 한여름 무더위를 식히는 파도소리가 어울려 정겹다.

일상을 벗어나 도심의 스트레스를 한순간 날려주는 기쁨 외에도 바다는 사시사철 우리 식탁의 즐거움을 선사한다.

생선 중의 귀족이라는 정월의 도미,봄철의 조기,여름 장어와 꽃게,가을의 은갈치 등 계절을 바꿔가며 다양하고 신선한 어패류가 우리 국민의 건강을 책임지고 있다.

그런데 최근 바다에 자연적으로 존재하거나 오염됐던 미량(微量)의 수은이 생태계의 먹이사슬을 따라 생선에서 우리 체내로 옮겨져 민감한 사람들에게 건강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경고가 있다.

우리 밥상의 단골손님인 생선을 이러한 위험으로부터 지켜내기 위해서는 우리의 환경을 더욱 잘 지켜야겠다는 결심을 다지게 된다.

우리는 지난 반세기 동안 눈부신 국가발전으로 소위 '한강의 기적'을 이루며 국민소득 1만달러를 넘어선지 오래다.

하지만 자연을 뒤로 한 채 이룬 경제발전에는 마땅한 후유증(後遺症)이 도사리고 있었다.

아이들 4명 중 1명은 아토피를 앓고,천식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도 약 4조원에 달하는 등 환경성 질환이 급증한 것이다.

환경성 질환은 비단 우리나라 문제만은 아니다.

급속한 경제성장을 이루고 있는 중국도 양쯔강 유역의 풍토병인 '주혈흡충병',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SARS)과 조류인플루엔자(AI) 등 환경몸살을 앓고 있다.

환경부가 올해를 환경보건의 원년(元年)으로 선언하고 '환경보건 10개년 종합계획'과 '어린이 환경보건정책 추진계획'을 발표한 이유도 환경으로 인해 아픈 사람이 더는 없기를,어린이들이 깨끗한 환경에서 해맑은 얼굴로 자라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이다.

환경보전의 궁극적인 목표는 바로 사람이기 때문이다.

어머니의 자궁 안에 있는 태아는 그 안에서 숨을 쉬며 영양분을 섭취(攝取)한다.

때문에 산모가 건강해야 태아도 건강하다. 우리도 마찬가지이다.

건강한 환경 안에서 비로소 건강한 우리가 존재할 수 있는 것이다.

늦었다고 생각되는 때가 기회이다.

오랜 기간 쌓여온 오염의 위협으로 백신도 만들 수 없는 환경성 질환의 포로가 되기 전에 지금부터라도 환경의 잃어버린 건강을 되찾아주자. 그 누구도 아닌 우리의 건강한 미래를 위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