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관이다.

선거 후 열린우리당의 좌충우돌하는 모습이 그렇다.

정권이 바뀌어도 절대 뜯어고칠 수 없는 정책이라며 기세등등할 때가 엊그젠데 벌써 정책을 뜯어고치겠다고 부산을 떠는 모습이 안쓰럽기까지 하다.

정책은 누가 뭐래도 여론의 토대 위에 서야 한다.

제 아무리 나라와 국민의 미래를 위해 만든 정책이라 해도 민심을 벗어나선 결코 성공할 수 없다.

여론에 귀를 닫은 채 자신들의 이념만을 담은 정책에 국민들이 등을 돌린 건 너무도 당연한 결과다.

사실 참여정부의 정책은 첫 단추부터 잘못 꿰어졌다.

8·31에서 3·30으로 이어지는 부동산 정책부터가 그렇다.

강남 3구 전체를 '투기꾼'으로 전제한 정책은 출발 자체가 잘못이었다.

정책을 입안한 정부 관료들조차 강남 아파트 거래의 80% 이상이 1가구1주택 실수요자였다는 뒤늦은 조사 결과에 난감해하지 않았던가.

관료들 스스로 강남 집값의 해법은 공급뿐이라는 점을 누구보다 잘 알면서도 세금폭탄이라는 초강수를 꺼내 든 이유는 지금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다.

보유세를 강화하면서도 양도세는 완화하지 않아 정부 스스로 강남 주민의 퇴로까지 막아버린 것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지.

무리에 무리를 더한 정책이 생각처럼 먹혀들리 없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격한 표현을 동원해 '말폭탄'을 쏟아냈지만 버블세븐뿐 아니라 수도권 전역 집값은 말폭탄을 비웃으며 오히려 뛰고 말았다.

정부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은 국민들만 또다시 낭패를 봤을 뿐이다.

그 결과가 이번 선거에 나타난 표심이다.

다른 정책에 대한 평가라고 다를까.

하지만 노무현 대통령은 그나마 다행이다 싶던 여당의 정책수정론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한두 번 선거로 나라가 잘 되고 못 되는,어느 당이 흥하고 망하는 것은 민주주의가 아니며 나라가 갖는 제도나 의식 문화 정치구조 등의 수준이 나라의 미래를 결정한다면서 말이다.

선거 패배를 '민심'이 아닌 '민심의 흐름'으로 본다는 묘한 표현도 곁들였다.

결과적으로 대통령은 선거 결과에 관계없이 '마이웨이'를 가니 4800만 '무지렁이'들이 따라오는 수밖에 없다는 얘기인 셈이다.

선거 혁명을 이뤄냈다는 대통령이 이번 선거 결과에는 또 다른 잣대를 들이대고 있으니 그야말로 철저한 '자기방어적 변명'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강남과 강북을,버블세븐과 비(非)버블세븐을,소득 상위 일부 계층과 나머지 계층을 갈라치는 고도의 민심분리술은 어차피 망가지고 말았다. 어지간했으면 자신들의 지지계층이 몰려산다는 강북과 수도권 비버블세븐 지역에서조차 기초단체장 자리 하나 꿰차지 못했을까.

오히려 그동안 참여정부를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으로 비난해온 보수계층만 머쓱하게 됐다. 참여정부의 정책이 포퓰리즘적이었다면 중간평가나 다름없는 이번 선거가 이 지경은 아니었을테니 말이다. 참여정부가 아무에게도 인기를 끌지 못하는 정책으로 편가르기에만 열중한 결과가 이번 선거에서 패배로 나타난 셈이다.

참여정부의 정책은 결국 포퓰리즘에도 한참 못 미치는 '아집의 정책'으로 결론났다.

선거 이후가 더 걱정되는 이유다.

김정호 경제부장 jh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