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전 노무현 대통령 탄핵안 가결 이후 열린우리당의 지지율은 55%까지 치솟았다.

탄핵풍에 힘입어 여당 지지율이 일거에 세 배 정도 오른 것이다.

곧이어 치러진 4·15 총선을 앞두고 "개헌선(200석)을 넘길 것 같다"는 여당의 기대감도 무리는 아니었다.

결국 여당은 선거에서 152석을 획득,꿈의 단독 과반의석을 달성했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난 지금 여당은 정반대 상황을 맞고 있다.

정당 지지율이 20% 안팎으로 40∼50%에 육박하는 한나라당의 반토막에도 미치지 못한다.

16개 광역단체장 중 당선을 장담하는 곳은 전북 한 곳에 불과하다.

눈 앞의 지방선거에 대한 승리전망 대신 패배주의의 짙은 그늘이 자리하고 있다.

지지율과 민심만 놓고 보면 2년 전 탄핵 당시의 상황과 유사하다.

달라진 게 있다면 탄핵 때 국민의 화살이 탄핵을 주도한 한나라당을 향했다면 이번에는 여당을 겨냥하고 있다는 점이다.

탄핵 때 주도세력이 맥을 못췄듯 이번에는 여당이 속수무책이다.

아무리 달콤한 공약을 내놓고 고개를 조아려도 여론은 꿈쩍도 하지 않는다.

성추행 사건과 돈공천 파동 등 한나라당의 잇단 '헛발질'에 일말의 기대를 걸었지만 바닥에서 맴돌고 있는 열린우리당의 지지율은 요지부동이다.

여당 내부에서 "백약이 무효"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는 터이고 보면 작금의 민심이반은 2년 전 탄핵풍에 견줄 만하다.

왜일까.

열린우리당은 "경제여건이 좋아진데다 한나라당에서 대형 악재가 잇달아도 여당의 지지율이 오르지 않는 것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한 핵심당직자)고 고개를 갸우뚱하지만 최근의 한 여론조사 결과가 그 단초를 제공한다.

'여당을 지지하지 않는 이유'로 '국정운영의 무능'(31.5%)과 '남을 비판하고 공격하는 독선적인 모습이 싫어서'(21.6%) 라고 지적한 게 눈에 띈다.

특히 관심을 끄는 내용은 '각종 악재에도 한나라당 정당지지도가 떨어지지 않는 이유'에 대해 "여당이 더 싫어서"(37.9%)라고 응답한 대목이다.

한마디로 한나라당도 탐탁지 않지만 무능하고 독선적인 여권이 더 못마땅하다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군인이 시위현장에서 매를 맞는 장면을 목격하고 안타까워하는 이 땅의 부모와, "집값이 조만간 잡힐 것"이라는 정부의 말만 믿고서 집 구입을 늦췄다가 천정부지로 오르는 집값에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서민 입장에선 현 정권이 무능하게 비쳐졌음 직하다.

여당 인사들의 잇단 실언도 모자라서 이제는 대통령을 지근거리서 보좌하는 핵심인사가 '세금폭탄'이라는 부적절한 용어를 입에 담는가 하면 정부의 경제정책 책임자들이 집값 폭락사태가 몰고올 엄청난 파장은 안중에도 없는 듯 연일 '버블붕괴'를 거론하는 대목에선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다.

근거없는 도덕적 우월주의와 구호만 요란한 개혁지상주의도 국민과의 괴리감을 키웠다.

잊을만 하면 터져나오는 막말은 내부에서조차 "싸가지 없다"는 비판을 불러올 정도다.

작금의 위기상황은 여당이 지난 총선 이후 걸어온 2년에 대한 국민의 냉정한 평가로 이를 자초한 건 바로 여당 스스로라는 얘기다.

이재창 정치부 차장 lee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