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최초로 여성 고등교육을 담당했던 이화학당은 1886년,4명의 학생으로 출발했다.

당시 학생들은 '홍둥이'로 불렸는데,이 학교를 세운 메리 스크랜턴 부인이 붉은 무명천으로 치마 저고리를 만들어 학생들에게 입혔기 때문이었다.

흰 저고리에 검정치마가 교복으로 정착된 것은 이후의 일이며,등·하교나 소풍을 갈 때면 얼굴을 가리는 쓰개치마를 입고 다녔다.

얼굴을 보이기도 쑥스러워 하는 시절이었으니 감히 몸매를 가꾼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시몬 드 보부아르 부인이 '제2의 성(性)'에서 언급했듯 '여자는 열등자이며 의존자'에 불과했다.

"여성으로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여성으로 길들여질 뿐"이었다.

세월이 흘렀다고는 하지만 이제 여권은 몰라보게 신장됐고,여성들의 활동은 전방위에서 두드러지고 있다.

'금녀(禁女)의 벽'은 허물어진지 오래다.

이 여성파워의 진원지는 두말할 나위없이 대학 캠퍼스인데 여대생들은 남성들과 똑같이 경쟁하면서 입지를 굳혀가고 있는 것이다.

우리 여대생들은 몸매에서도 세계 제 일이라는 소식이다.

최근 런던대 보건역학팀이 '국제비만학회지'에 게재한 내용을 보면, 한국을 비롯 미국 영국 프랑스 등 22개국 1만8000여명의 여대생을 대상으로 한 체중감량의 다이어트 조사에서 우리 여대생 비율이 77%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우리 사회에 불어닥친 '몸짱' '얼짱'의 신드롬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날씬한 몸매가 취업이나 결혼에 유리하다 해서 외모지상주의(lookism)에 빠져드는 강박증은 경계할 일이긴 하다.

그러나 자신의 건강을 위해 운동에 신경을 쓰는 것을 두고 편견을 갖고 나무랄 일만은 아닌 것 같다.

치마 저고리를 단아하게 입었던 한국 여대생들은 불과 100여년 만에 어느 나라 캠퍼스 못지않은 역동적인 학생들로 주목을 받고 있다.

우리 여대생들이 다이어트에서 챔피언을 차지한 것처럼, 내면의 가치를 높이는 데도 세계 제일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