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근 < 서울대 교수·에너지환경공학 >

석유와 가스는 우리 일상생활에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할 뿐만 아니라 산업의 원료로 사용돼 현대산업사회의 '혈액'과 같은 요소다. 최근 국제유가는 배럴(159ℓ)당 70달러를 오르내려 세 자리 수를 향해 가고 있다. 이러한 석유자원은 과연 40년 후에 고갈되는가?

우리는 매장량에 대한 정확한 이해 없이 많은 경우 숫자적으로 주어진 매장량 가채연수에 대한 정보에 의존한다. '매장량'이란 '현재 확립된 기술을 바탕으로 불확실성이 없이 상업적으로 생산 가능한 양'이다.

현재 석유 가채연수는 40년인데 이는 확정매장량을 연간생산량으로 나눈 값이다. 추가적인 매장량의 확보 없이 계속 생산만 할 때 앞으로 40년간 생산할 수 있다는 의미다. 재미있는 사실은 20년 전에 예상한 가채연수도 40년이라는 것이다. 20년 전 7600억배럴이었던 매장량은 현재 1조1190억배럴로 47% 증가했다. 천연가스의 경우도 사용의 편의성과 친환경성으로 인해 과거 96조㎥에서 180조㎥로 88% 증가했다.'석유매장량 40년,가스매장량 70년'이라는 가채연수는 변함없지만 연간생산량의 증가로 인해 총매장량은 계속적인 소비에도 불구하고 증가했다.

매장량의 정의에서 알 수 있듯이 매장량은 새로운 유전의 발견, 유가와 개발비 같은 경제조건의 변화, 정부 및 환경 규제의 변화 또는 생산기술의 발전에 따라 변화하는 값이다. 부존도 확인됐고 생산도 가능하지만 판매의 어려움이나 생산비용 또는 미확립된 기술로 인해 경제적으로 생산하기 어려운 양을 추정매장량이라 한다. 추정매장량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매장량에 포함시키지 않는다. 캐나다 앨버타주의 오일샌드와 베네수엘라 오리노크 지역은 각각 추정매장량 1조6000억배럴, 1조2000억배럴이지만 각각 11%, 22%만 현재 경제적으로 생산할 수 있다. 이들 각 추정매장량이 현재 전 세계 확정매장량보다 많지만, 다른 지역에서 생산되는 원유에 비해 가격경쟁과 판매가 불리한 위치에 있어 본격적인 개발이 유보되고 있다.

석유가 앞으로 40년 후 고갈되지 않고 또 40년 가채연수를 유지할 근거는 확실하다. 현재 원유의 회수율이 평균 55~60% 내외에 머물고 있고,수심 2000m 이상에서는 그 부존을 확인했지만 비용과 기술적 어려움으로 아직 생산하지 못하는 게 많기 때문이다. 과거 저유가로 개발을 미루고 있는 많은 유전들이 있고 석유공학 기술발전을 고려할 때, 앞으로 400년 이상 석유가스자원을 주에너지원으로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최근 전망에 따르면 2050년에도 석유가스,석탄,원자력이 세계에너지 소비의 90% 이상을 담당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세계의 경제와 기술을 선도하는 미국도 '화석연료에 기초한 경제'라는 기본전제를 바탕으로 효과적이고 안정적인 석유자원의 확보에 최우선 순위를 두고 있다. 우리나라는 국가 에너지 자원의 97% 이상을 수입하고 그 수입액이 전체 수입액의 25%를 차지한다. 따라서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석유자원의 확보와 공급을 위해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정부는 우리의 기술과 자본이 투자된 석유자주개발률을 현재 4%에서 2013년 15%로 향상하고자 한다. 자원확보를 위한 국가간 경쟁이 심화되고 지속되는 고유가,그리고 석유자원의 중요성으로 인해 국제자원확보환경은 공급자 시장으로 개편되고 있다. 이에 대처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에너지 자원에 대한 국제적 안목과 전공지식을 가진 글로벌 핵심인력의 양성과 적극적인 해외자주개발이다. 에너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정부와 산업계의 협력과 학계의 노력이 절실하게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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