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당역 상권은 서울 강남지역과 과천 수원 등 경기 남부지역을 잇는 버스와 지하철 2,4호선이 교차하는 환승 역세권 상권이다.


동작대로,남부순환로와 같은 큰 대로가 교차하고 있어 사거리에서는 지하도를 통해야 길을 건널 수 있다.


이런 통행의 단절로 사당역 상권은 대로변을 기준으로 상권이 블록화돼 있다.


관악구 남현동,동작구 사당동,서초구 방배동 등 3개 구역으로 나눌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남현동 쪽은 하루 평균 15만여명에 달하는 유동인구와 배후 주거 인구가 버티고 있어 서울지역 상권 중에서는 가장 알짜배기로 정평이 나 있다.


상권 규모가 크지 않고,저녁 위주의 반짝 장사인 데도 매출이 만만치 않게 나오는 '퇴근길 상권'이다.


주변 상인들은 "사당역이 지하철 4호선 종착지였던 1993년까지가 이 상권의 전성기였다"며 "이후 안산까지 전철이 이어지면서 고객이 줄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지난 28일 오후 5시.사당역 5번 출구를 나오자마자 '먹자거리'란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관악구 남현동 지역이다.


먹자거리 배후에 총 6349가구의 단독주택가가 형성돼 있어 사당역 상권 중에서도 핵심으로 꼽히는 곳이다.


대로변에는 화장품 아이스크림 분식점 등 젊은층을 겨냥한 상점 일색이다.


"우리 동네에도 이런 곳이 생길 줄 몰랐어요." 레드망고에서 아이스크림을 먹고 나온 대학생 이지은씨(21)의 말이다.


이 가게의 이훈희 사장(31)은 "한 달 매출은 2000만원 수준이고,테이블 객단가(고객 1인당 소비액)는 8000원"이라며 "하루 이용객은 200명 정도로 신림동 사거리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대로변 끝 자락에 위치했지만,꾸준한 매출을 내고 있다며 그는 만족한 표정을 지었다.


저녁 7시 사당역에서 신림동쪽으로 향하는 대로변의 패밀리레스토랑 TGI프라이데이스에서 식사하기 위해 30분 이상을 기다렸다.


직원 임하영씨는 "94년 입점 당시는 전문 직종 사람들이 주 고객이었으나,요즘엔 젊은층부터 지역 주민까지 고객층이 다양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객단가는 1만5000원 선으로 대학가인 신촌보다 1000원 정도 높다"고 설명했다.


밤 9시를 넘기자 먹자거리 간판에서 관악등기소까지 100m도 채 안 되는 먹자골목은 불야성을 이뤘다.


40평 규모의 주점 '유객주'를 운영하는 최병갑씨(36)는 "방배동 카페골목에서 6년간 장사했지만,전망이 안 좋아 이곳으로 왔다"며 "한 달 매출은 5000만원 정도로 방배동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업소에서 밝히는 매출은 현지 부동산이나 전문가들이 분석한 것의 2분의 1 이하 수준이었다.


새벽 1시께 대로변은 귀가를 서두르는 사람들로 붐볐다.


수원에 산다는 김승식씨(31)는 "심야버스가 다녀 새벽까지 있어도 걱정이 안된다"며 태연한 표정이었다.


새벽까지 취객들이 오가는 곳이라 인근 지역주민들은 불만이 많다.


이 동네 토박이인 유은경씨(27)는 "아침엔 길바닥이 너무 더러워 출근길이 불쾌해지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동아공인중개사의 이동기 대표(70)는 "먹자거리는 사당역 상권 중에서 가장 비싼 노른자위"라며 "10평짜리 가게를 기준으로 권리금이 최소한 2억원을 넘고 매물도 거의 없어 거래가 이뤄지지 않는다"고 전했다.


13번 출구 앞에 형성된 방배동 상권의 경우 대형 고깃집과 일식점 등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은행이나 오피스 등이 몰려 있어 넥타이 부대가 주 고객이다.


29일 점심 무렵인 낮 12시께 주변 한식점은 손님맞이로 분주했다.


'서라벌 생고기'의 윤정숙 사장(40)은 "주변에 중·장년층을 겨냥한 50평 이상 대형 음식점이 수두룩하다"며 "한 달 매출은 1억원 이상 꾸준하게 나온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대 입구에서도 장사를 해봤는데 이곳이 훨씬 객단가가 높아 실속있다"고 덧붙였다.


퇴근 시간이 가까워지면서 잠시 느슨했던 점포들이 다시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예약 손님 챙기기에 여념이 없는 '사조 회 참치'의 김영남 사장(40)은 "접대자리나 회식자리가 대부분"이라며 "주머니가 넉넉한 손님들이 오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이 가게 손님 김혁씨(32)는 "깔끔하면서 서비스가 좋아 거래처 사람들과 자주 오는 편"이라고 말했다.


동작대로를 사이에 두고 방배동 맞은 편에 위치한 사당동 구역은 다른 두 구역보다 상권 발전이 더딘 곳으로 꼽힌다.


배후 지역주민들이 주 고객이다.


총 9654가구의 단독주택들이 오밀조밀하게 대로변 근처까지 터를 잡았다.


소형 음식점들이 먹자골목을 이루고 있지만 저녁시간에도 손님이 꽉 찬 점포를 찾아보기는 힘들다.


이곳에서 7년째 '양평해장국'을 운영하는 김상엽씨(52)는 "한 달 매출은 2000만원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경기가 좋지 않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부동산닥터의 홍장의 대표는 "남현동이나 방배동에 비해 점포 임대비가 싸다"면서 "매물은 있지만 매수자가 없는 매력 없는 상권"이라고 평가했다.


장성호 기자 ja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