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창규 < 한국원자력연구소장 ckpark3@kaeri.re.kr > 매년 4월은 과학의 달이다. 과학의 달을 맞이해 과학기술이란 무엇인가를 한번쯤 따져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과학기술은 근본적으로 인간의 삶을 편리하게 하고,보다 건강한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따라서 과학기술의 철학은 인본주의고 근본은 매우 따뜻하다. 우리가 과학기술의 최고업적으로 치고 있는 노벨상의 기원을 살펴보면 과학기술이 지향해야 할 방향을 잘 알 수 있다. 우연히 다이나마이트를 발명해 많은 돈을 번 스웨덴의 과학기술자인 노벨은 다이나마이트가 인간을 죽이는 데 쓰이는 것을 보고 자기가 번 돈을 사회에 기탁해 노벨상을 만들었다. 아직은 현실화가 안 되고 있지만 노벨상감이 될 수 있는 기술개발을 우리 연구소도 시도한 적이 있다. 전 지구상에 묻혀 있는 지뢰를 탐지해 안전하게 제거하는 기술이다. 우리나라처럼 휴전 중인 나라나 전쟁은 끝났지만 전쟁 중에 묻어 놓은 지뢰로 인해 지금도 지구상 65개국에서 1년에 30만명 이상이 다치거나 죽고 있는 실정이다. 더구나 다치거나 죽는 사람의 대부분이 불행하게도 전쟁과 무관한 어린이들이다. 또 다른 하나는 화재진압 로봇이다. 화재현장에 투입돼 발화점을 초기에 진압하고,사람의 존재유무를 확인해 소방관에게 정보를 전달할 수 있는 화재진압 및 인명구조용 로봇을 2007년 현장배치를 목표로 개발하고 있다. 우리 연구소뿐만이 아니라 다른 연구소나 대학교의 연구실에서도 로봇과 관련된 많은 연구를 하고 있다. 예를 들면 몸이 불편한 장애인을 위한 로봇이나 치매환자의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애완용 로봇 등 도우미 로봇에 대한 연구들이 있다. 의료분야의 기술개발은 직접적으로 인간의 삶의 질 향상을 목표로 하고 있는 대표적인 과학기술 분야다. 치료제의 개발은 물론이고 병이 나기 전에 예방하는 기술,그리고 병의 유무를 알아내는 진단 기술 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연구가 행해지고 있다. 분야를 막론하고 모든 과학기술은 인간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즉 따뜻한 과학기술을 지향한다. 높아진 삶의 질이란 우리,지역,국가,그리고 전 세계가 더불어 잘 사는 삶을 말한다. 문제는 과학기술의 본래 의도와 달리 이를 악용하는 사람들도 있다. 우리 연구소의 한 연구실에 '비인부전(非人不傳)'이라는 사자성어가 걸려있는 것을 보고 그 연구원의 마음쓰임새에 가슴이 뭉클한 적이 있다.'비인부전'이란 말을 풀면 인간됨됨이가 갖춰지지 않은 자에게는 가르침을 줄 수 없다는 것이다. 과학기술 이전에 인간이 있고 과학기술이란 모름지기 인간을 위해 존재해야 한다는 마음가짐을 가지고 연구를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