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진홍 < 미래에셋생명 사장 jhyoon@miraeasset.com > 지난 2월 말 신문 방송 등 대부분의 언론매체에서는 "이탈리아 토리노 동계올림픽에서 대한민국이 금메달 6개를 획득,역대 최고의 성과를 올렸다"는 흥분된 보도들을 쏟아냈다. 이처럼 올림픽과 같은 대규모 국제대회가 열릴 때마다 우리는 메달 획득에 따른 국가 순위를 발표하고 흥분하기를 반복하고 있다. 한 가지 아이러니한 점은 금메달 1개가 동메달 100개를 이긴다는 계산 방식이다. 어쩌면 쇼트트랙과 같이 0.001초로 승부가 갈리는 스피드 게임에서 메달의 색깔은 중요한 것이 아닐지 모른다. 또한 은메달이나 동메달을 획득한 모든 선수가 뼈를 깎는 훈련과 연습을 통해 그 자리에 오른 것을 의심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금메달의 우월적 지위는 은메달,동메달 선수나 입상권 밖으로 뒤처진 선수들이 있기에 빛을 발하는,상대적인 것이다. 따라서 금메달리스트 못지 않게 경기에 참가한 모든 선수가 존중받아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왜 우리는 금메달 1개를 동메달 100개보다 더욱 소중하게 여기는 것일까? 아마 언제부턴가 우리의 생각을 지배하고 있는 '일등주의'의 산물이 아닌가 한다. 불과 몇 십년 전까지만 해도 최빈국에 머물렀던 한국을 선진국의 문턱에까지 발전시킨 원동력 중 하나로 일등주의를 꼽는 데 이의를 달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한국은 뛰어난 인재들에 의해 놀라운 경제 발전을 이룩해 가고 있으며 반도체 분야 및 이동멀티미디어방송(DMB),와이브로 등 세계를 이끌어 가는 최첨단 기술도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앞으로도 뛰어난 인재의 배출이 사회나 경제 발전을 위해 가장 중요한 일들 중 하나일 것이다. 그러나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우리가 속한 사회나 환경 등 모든 것은 그물망처럼 얽힌 네트워크(Network)라는 것이다. 상대방은 반드시 이겨야 하는 경쟁자인 동시에 상대가 있음으로써 내가 존재하는 공생적 의미가 있다. 따라서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모든 구성원은 상호 존중받아야 하는,소중한 참여자로서의 자격을 지닌다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존중과 참여는 사회라는 경기장 안에서 공정한 경쟁을 유지시키는 원칙으로 작용할 것이다. 1970년대 초까지 아시아에서 일본을 제외하고는 '가장 잘나가던 국가'는 필리핀이었다. 이러한 필리핀이 더 이상의 발전을 이룩하지 못한 것은 생산력을 지배하고 있는 지주에 의해 서민층이 중산층으로 확산하지 못한 데서 기인한 것이라고 한다. 최근 국내에서 일고 있는 '중산층 살리기' 캠페인은 건전한 네트워크를 만들기 위한 큰 의미를 지닌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