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창규 < 한국원자력연구소장 ckpark3@kaeri.re.kr > 얼마 전 많은 국민의 새벽잠을 설치게 하고 막을 내린 이탈리아 토리노 동계올림픽을 보면서 '어린 선수들이 참 잘도 한다'고 감탄을 금치 못했다. 우리가 어릴 때 '올림픽은 그저 참가하는 데 의의가 있다'고 스스로를 위로하곤 했었지만 이번 올림픽에서는 금메달을 세 개나 딴 선수가 남자 여자 각 한 명씩 두 명이나 나왔다. 어떻게 이렇게 달라질 수 있었을까 하고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비단 올림픽에서의 금메달뿐만이 아니다. 작년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원자력 관련 협력회의에서는 단연 '대장금'이라는 TV연속극이 큰 화제였다. 우리나라에서는 벌써 끝난 TV 연속극이 중국에서 많은 시청자의 관심을 끌며 방송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다음 회의 장소도 '대장금' 촬영장이 있는 제주도에서 하자고 쉽게 합의할 수 있었다. 중국뿐만이 아니라 베트남에서도 이와 비슷한 소위 '한류'를 경험할 수 있다. 예전에 우리 역시 왜색 만화,왜색 가요를 보고 들으며 자라왔다. 그래서 어른들은 일본 문화가 청소년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 많은 걱정을 하시던 기억이 난다. 외국 문화에 대한 그런 거부감과 걱정이 엊그제 일만 같은데,이제 반대로 우리나라 문화가 타국의 경계대상이 되었으니 참으로 신기하기만 하다. 요즘 아이들의 행동은 모든 면에서 우리가 자랄 때와는 판이하게 다르다. 우선 태어나는 장소가 다르다. 예전에는 대개 외갓집에서 외할머니의 도움을 받고 아이들이 태어났다. 그러나 요새는 대부분이 병원이나 조리원에서 태어난다. 어릴 때 먹는 것도 다르다. 옛날에는 어머니 젖을 먹거나,어머니 젖이 잘 나오지 않으면 주위에서 동냥젖을 얻어 먹였다. 지금은 대부분이 분유를 먹이는 탓에 모유 먹이기 운동이 일어날 정도로 변했다. 올림픽으로 새벽잠을 설친 후 그 이유를 곰곰이 생각한 끝에 떠오른 것이 우리가 자랄 때의 1인당 국민소득은 100달러 근처였지만 지금의 아이들은 1인당 국민소득이 무려 1만달러가 넘는 엄마 아빠가 있다는 사실이다. 그 옛날 1인당 국민소득 100달러 시절에는 먹고 살기도 힘들어 스포츠에 투자할 여력이 없었지만,지금은 그때에 비해서 많은 투자를 할 수 있기에 토리노 동계올림픽에서와 같은 결실을 얻을 수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과학기술도 스포츠와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스포츠에 투자한 만큼 금메달이라는 결실이 생기듯 과학기술 역시 투자에 비례해 연구성과가 나오는 것이 오늘날의 엄연한 현실이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