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창록 < 법무법인 율촌 대표변호사 > 2008년에 첫 신입생을 선발할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 도입은 관련 입법작업이 다소 지연되기는 했지만 최근 급물살을 타고 있다. 필자는 로스쿨 도입을 찬성하고 적극 희망한바 있다. 국제경쟁력 있는 법률가를 배출하기 위해서는 수험준비기간을 줄이고,본격적이고 충분한 전문 교육을 조기에 받을 기회를 주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현재와 같은 장기간의 수험준비로는 국제경쟁력 확보가 어렵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로스쿨 도입 결정이 초읽기에 들어간 지금도 로스쿨 입학정원 문제로 티격태격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로스쿨이 배출하는 법률가의 수가 법률서비스의 질을 좌우한다고 보아야 할 이유는 딱히 없다. 변호사라는 자격에 대한 기본적인 인식의 대전환을 하면 된다. 우리 사회가 하루가 다르게 변모하고 있음에 맞춰 과거에나 통용되던 '소수 엘리트' '순수 법률업무를 취급하는 전문가' 등의 관념을 과감히 정리하고, 금융 언론 정부 등 사회 모든 분야에 변호사들이 진출해야 한다. 로스쿨은 법률 교육을 통해 사회 각계가 필요로 하는 우수한 인재를 공급한다는 철학에서 시작돼야 하며 고도로 복잡해져 가는 우리 사회를 일찌감치 법과 규칙이 지배하는 사회로 만드는 초석을 놓는다는 생각에 기초해야 한다. 졸업생들이 활동할 무대도 국내에만 국한해 생각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지금 걱정스러운 것은 로스쿨에서의 교육 내용이나 교수 방법에 관한 논의는 별로 없고, 외형적인 인적ㆍ물적 시설에 대한 투자에만 모두 집중한다는 이야기가 들리는 것이다. 얼마나 많은 졸업생이 필요할 것인가에만 골몰하지 말고 이제는 누가 무엇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에 대해 더 깊이 연구하고 그 일을 위해 투자해야 한다. 아직 준비단계이기는 하지만 교과과정 개편이나 국제화를 감안한 학생선발 방법 등에 관한 논의도 찾아보기 어렵다. 교수진의 활동과 운영 프로그램의 내용이 로스쿨 졸업생들의 위상과 장래를 좌우하게 됨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합리적인 기준을 설정해 기준에 합치하면 모든 대학에 설치를 허용하고,학생 선발권을 학교에 주는 것이다. 학생 선발절차를 지금 법과대학의 획일화된 선발 기준에서 벗어나 특색 있는 것으로 마련하게 해야 한다. 학생 선발에 관해 획기적인 방안을 마련하지 못한다면 로스쿨 입학시험이 또 다른 형태의 사법시험이 되고,그 시험을 위해 많은 젊은이들이 인생을 다 바치는 현재와 같은 악순환은 계속될 것이라는 점을 들어 로스쿨 도입 자체를 반대하는 견해도 있다. 일리 있는 걱정이다. 그러나 이 문제는 학생 선발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다. 로스쿨 합격이나 변호사 자격 취득이 무슨 마술이 아닌 것으로 인식되면 장기간을 투자하려는 사람도 없을 것이다. 미국의 경우 로스쿨 입학에 중요한 자료 중 하나가 되는 시험인 LSAT의 경우 수험준비를 하면 효과가 있긴 하지만 그 준비 기간이 수개월을 넘으면 더 이상 효과가 없다고 한다. 선발방식의 자율화는 자연스레 졸업생 성향의 차별화로 이어질 것이다. 미국의 경우 어떤 로스쿨은 학술 분야에서 탁월하고 또 다른 로스쿨은 공직 진출이 많다. 조세 금융 환경 등 특화된 분야에 집중 투자해서 차별성과 경쟁력을 확보하는 곳도 있다. 로스쿨 도입의 출발점은 교육을 통한 법률전문가의 양성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수험기간을 최소한으로 단축하고 그 기간에 양질의 교육을 받도록 해야 한다. 로스쿨의 수가 많거나 졸업생의 수가 많아서 발생할 문제는 각자 경쟁하면서 자기의 영역을 확보하게 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