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윤하 <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bluerock@scourt．go．kr > 인사란 일정한 재능을 가진 사람을 그 재능이 필요한 곳에 쓰는 것을 요구한다. 쥐를 잡는 데 고양이를 쓰고,꿩을 잡는 데 매를 쓰는 이치이다. 이는 국가는 물론 기업도 인적 능률을 극대화해 조직을 견실하게 하는 데 첫째 요소에 해당한다. 삼국지에서 유비가 인사권자인 군주로서 관우와 장비를 동생으로 맞아들인 일과 제갈공명을 군사(軍師)로 영입한 일이 훌륭한 치적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들은 신명을 바쳐서 군주를 보위하여 국가를 지키고,백성과 군사들을 도탄에서 구하였으며,군주의 덕치와 결합하여 주변 강국도 넘보지 못할 국가의 위용을 갖추었다. 우리는 유비의 우유부단한 단점 등을 제쳐놓고 제갈공명을 군사로 맞이하기 위하여 공명이 거처하던 초가집을 세 번이나 방문하는 사람됨을 눈여겨 볼 일이다. 인사권자인 군주가 유능한 신하를 맞이하기 위해 세 번이나 몸 낮추기를 강행한 것이다. 인사권자의 몸 낮추기 세 번이 훗날 국가와 국민을 여러 번 위험에서 벗어나게 한 것이니,그 값이 과연 얼마나 될까！ 유능한 인재 한 사람을 기용하는 일이 국가나 기업 조직은 물론 국민과 조직원을 위기로부터 구한다는 사실은 오늘날의 인사권자도 새겨둘 일이다. 현대사회에서 인사권자가 유능한 인재를 영입하기 위해 옥석을 가리는 일도 쉽지 않다. 빈 수레가 요란하듯 스스로 유능하다고 광고하는 사람이 워낙 많다. 아름답게 포장하여 내용물도 아름답다고 착각할 정도다. 삼고초려하거나 영입할 정도의 인재인지 가늠하기가 매우 어렵다. 그러나 능력 있는 사람은 스스로 능력이 있다고 말하지 않는다. 진정 청렴한 관리는 청렴을 증명하려고 하지 않는다. 국가나 기업,국민과 이웃을 진실로 위하는 사람은 그 말을 입에 담기조차 하지 않는다. 이를 입에 담아서 말하면 그 향기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사권자는 사람의 재능과 능력,인품을 알아보는 지혜의 눈이 필요하다. 성군의 치세에 재능 있는 어진 신하가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혜의 눈은 그냥 가져지는 것이 아니다. 사사로움 없는 절차탁마의 자기수행이 계속돼야 그 속에 나타날 수 있다. 국가나 기업의 인사권은 고유한 권리이다. 이는 외부로부터 부당한 간섭을 받지 않는다는 것이지,자의적일 수 있다는 것은 아니다. 인사권은 국민이나 주주로부터 위임받은 것이므로,국민이나 주주를 위해 행사돼야 한다. 조직의 관리에서 정실인사도 필요는 하다. 그러나 이는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 정실인사가 조직 기능의 활성화와 합리적 발전을 해쳐서는 곤란하다. 필요한 곳에 필요한 사람을 쓰는 적재적소의 인사야말로 만사형통이다. 만사형통하는 인사권자의 지혜를 기대한다.